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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of Colombia

전문가 칼럼

Coffee of Colombia 스페셜티 커피시장을 위한 콜롬비아의 새로운 움직임 ⅰ
“커피는 콜롬비아!” 커피 산지라 하면 콜롬비아를 떠올리는 사람이 가장 많지 않을까?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던 콜롬비아 커피는 최근 들어 국내외 바리스타 대회의 상위권 선수들이 사용하면서 다시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콜롬비아의 스페셜티 커피 움직임을 살펴보고자 긴 여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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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틴 농장 전경
새로운 시도를 시작한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가
콜롬비아는 1800년대 초부터 커피 경작을 시작해 1900년대를 기점으로 세계 최대 커피생산국가로 발전했다. 온화한 기후와 적절한 강수량으로 커피를 경작하기에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췄다. 일 년에 평균 두 번 수확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잘 익은 커피 체리만 3차에 걸쳐 사실상 거의 일 년 내내 수확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콜롬비아 커피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좋은 환경뿐 아니라 콜롬비아 커피생산자협회(이하 FNC)란 비영리단체의 영향이 크다. FNC는 커피 품질을 위해 로부스타 품종 재배를 금지하고, 스크린 사이즈 13 이하의 생두를 수출 금지하는 방침을 시행했다. 또한 농부의 요청에 따라 커피 경작지에 테크니션technician을 파견해 도움을 주는 등으로 커피 품질을 올려 전 세계에 콜롬비아 커피를 판매하고 알리는 역할을 한다. 더욱이, 농부가 가지고 오는 커피를 모두 구매함으로써 커피 생산을 북돋워주며 힘을 실어준다. 단점이 있다면 워시드 프로세스만 취급한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가공방식을 진행해볼 만한 원천을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다른 실험적인 프로세스를 진행하려면 판매처를 찾고 가격을 매기면서 시간과 비용 등 여러 가지를 신경 써야한다는 점이 보수적인 풍조를 일으킬 수 있다. 커피 최대 생산지임에도 다양한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세계 커피시장 분위기에 다소 더딘 움직임을 보였던 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내추럴과 허니 프로세스는 수출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하지만 규제가 완화된 후 3세대 젊은 농장주로 세대 교체가 이뤄지며 새로운 시도를 통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품종을 실험하는 대규모 자카틴 농장
처음 찾아간 곳은 콜롬비아 안티오키아 주의 콘코르디아concordia 마을에 위치한 자카틴zacatin 농장이다. 자카틴은 10ha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기 때문에 한 번에 돌아보기가 어렵다. 한창 수확기엔 약 600명 정도가 동원된다는 이 대규모 농장은 사실상 이틀에 걸쳐 둘러볼 정도였다. 농장의 2,000~2,100m 높이엔 게이샤 품종을 심었는데, 더 위로 올라가면 기온차로 열매나 나무가 얼어붙을 수 있다고. 농장의 산꼭대기에 오르니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마치 반으로 갈라진 듯 보이는 하늘이었다. 산꼭대기를 기준으로 카우카 강이 흐르는 쪽은 구름이 많았고 강이 없는 쪽은 구름 한 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맑은 날씨를 보였다. 하나의 농장에서 능선을 따라 양쪽의 기후가 다르며 이에 따라 제배되는 커피의 맛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자카틴에선 넓은 대지를 활용해 다양한 품종을 키우고 있다. 버번, 티피카, 수프리모, 콜롬비아, 카티모르, 파카마라, SL28부터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좋은 핑크버번, 게이샤, 시드라, 수단루메 품종 그리고 새롭게 각광받는 타비TABI, 치로소Chiriso, 우쉬우쉬WSWS에 정부에서 나눠주는 새로운 품종까지 도합 20종에 가까운 품종을 키우고 관리한다. 더불어 프로세스도 조금씩 연구 중이다. 커피체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찬물로 씻은 체리를 마대에 넣어 액을 빼며 숙성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박테리아의 움직임을 늦추기 위해서 온도는 35℃를 넘기지 않도록 하고 당도와 산도를 측정해가며 프로세스를 진행한다. 이는 모두 과발효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에이징한 후 펄핑하면 수분이 빠져 껍질이 온전히 벗겨지지 않은 것도 생기는데, 덜 벗겨진 것까지 한꺼번에 가져와 말린다. 대량 생산의 경우, 생두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파치먼트를 태우는 열을 이용해 조금 말린 뒤 아프리칸 베드에서 말려 프로세싱을 마무리 한다. 이렇게 바로 말리면 블랙 허니 내추럴의 뉘앙스까지 함께 가져올 수 있다. 같은 방법으로 게이샤와 여러 품종을 실험하는데 게이샤가 점액질부터 가장 진한 색을 띄며 진득한 특징을 나타낸다. 자카틴에선 품종별 관리에 따른 수확량과 커피 맛에 집중하며 조심스럽게 여러 프로세싱을 시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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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야칸 아래로 보이는 마을 / 리나와 어머니
 
여성 노동자들을 생각하는 과야칸 농장
해발 1,800m 즈음에 위치한 과야칸guayacan 농장은 여성 농장주 리나 모녀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과야칸 농장에선 파나마 게이샤를 비롯해 최근 콜롬비아에서 유행하는 스페셜티 품종 중 하나, 카투라 자연변종 치로소Chiroso 스페셜티 커피를 찾아볼 수 있다. FNC에서 블라인드 커핑을 시행할 때 꽃과 과일의 화려한 향미와 진한 단맛, 좋은 밸런스까지 튀는 맛을 나타내는 치로소 품종을 모두 골라낼 수 있을 정도였으니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게이샤나 시드라에 이어 치로소 품종이 빛을 발할 때가 오리라 생각한다. 리나가 어머니와 농장을 가꾼 지는 48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데, 본래 농장 주변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였다. 농장을 세우고 가까운 곳의 여성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자 점차 작은 마을이 형성됐으며 현재는 160가구 정도가 거주하며 점차 늘고 있다. 리나 모녀는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마을에 교육 시설과 체육 시설을 세웠으며 계속해서 마을과 농장이 상생하고자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섬세하고 손이 많이 가는 스페셜티 커피 생산엔 실제로 여성 노동자들이 큰 도움을 준다. 이렇듯 스페셜티 커피는 생산자에게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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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지
아마티보 코리아, QC/Sacle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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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스팅팍팍

    콜롬비아에서 워시드만 취급했군요...사실 농장을 다녀온 사람들은 내추럴을 안 좋아하는 경우도 워낙 많죠...곰팡이라든지 위생에서 이슈가 좀 있어서...하지만 하나의 프로세스만으로 통일은 제한을 줄수있다는 점에 크게 동의합니다...콜롬비아 커피가 요근래 그렇게 기대이상의 느낌이 아니었는데 글을 읽어보니 향후에 나올 커피들을 기대하게 되네요..

    20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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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aitforitttt

    한편에서는 콜롬보이가 커피가 예전만 못하다는 의견도 들었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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