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닫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커피시장

비즈니스 스터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커피시장 ②_가치 소비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현재는 안정성, 고품질 등 다양한 가치를 지닌 소비를 추구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2018년부터 시행된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소비자의 의식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죠. 농림부가 발표한 두 번째 키워드 '진화하는 그린슈머'는 커피산업에도 적용해볼 만한 부분입니다.
29da62ea1e52fce91d628b32c84f6e61_1614133802_7902.jpg

1. 일회용품의 전환점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규제는 카페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일회용 컵과 리드, 빨대 사용이 가장 큰 이슈였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로 인해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되면서 불가피하게 일회용품 사용이 다시 늘어나고, 관련 규제 역시 일시적으로 완화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카페 업주는 "일회용품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여전히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코로나 이후 규제가 다시 강화되면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경쟁력 있는 무언가를 시도해보려 여러 가지로 방안으 모색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환경 보호'라는 가치를 담은 행보는 이미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예술의전당에 있는 떡카페 브랜드 '웬떡'에서는 국내에서 제작한 갈대 소재의 빨대를 사용합니다. 매장 관리자인 장나영 상무는 "손님들이 빨대 재질을 물을 때마다 갈대라고 답하면 반응이 좋다. 매장 내 모든 빨대는 이걸 사용하는데,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손님 대부분이 일반 빨대처럼 한 번 쓰고 버린다. 개당 단가가 약 60원 수준이라 기존 빨대 대비 금액이 부담스럽지만, 방문객의 가치 소비를 겨냥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교체했으나, 소비자들은 이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는 게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입니다. 모 브랜드에서 근무 중인 A씨는 "손님들이 종이 빨대 말고 다른 건 없냐고 종종 불만을 제기한다. 그때마다 정부 정책과 환경 보호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그다지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종이 혹은 기타 친환경 빨대를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개인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고객이 늘었다는 것도 변화 양상 중 하나입니다. 출근 때마다 텀블러를 지참한다는 커피마니아 송혁 씨는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출근길에 잠시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하는 게 하루의 시작이었다. 이제는 코로나로 매장에 앉을 수도 없거니와 종이컵 사용도 왠지 조심스러워 텀블러를 챙기기 시작했다. 텀블러 가득 커피를 담아 점심시간까지 마시고, 식사 후 커피를 다시 담아두면 퇴근 때까지 마실 수 있어 좋다. 이전에는 무겁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텀블러를 들고 다니지 않았지만,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2. '이왕이면'

가치 소비의 두 번째 핵심 키워드는 '이왕이면'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한 잔을 마셔도 '이왕이면 좋은 것'을 소비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났으며, '이왕이면 특별한 것'을 택하겠다는 이들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지만 결을 달리하는 표현으로 '이왕이면 저렴한 것'이 있습니다. 이 또한 피할 수 없는 현실이죠.

먼저 커피시장에서 '좋은 것'이라 함은 '스페셜티 커피'입니다. 커피를 잘 모르는 대중도 향과 맛을 뚜렷하게 인지할 수 있는 고품질 커피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죠. 여러 업계 관계자는 특별한 경험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일루션커피 대표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커피를 찾는 고객이 증가하면서 생두를 구매할 때 향과 맛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커피를 물색한다. 예를 들어 콜롬비아 엘파라이소 리치 혹은 게이샤 품종, 내추럴 가공한 커피 등이다. 이들의 경우 커피에 관한 경험이 적은 사람이어도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선명한 향과 맛을 지니고 있어, 고객에게 특별한 커피를 소비했다는 만족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국내 커피시장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유기농', '공정무역', '열대우림동맹' 등 커피 관련 인증에 대한 마케팅이 시장에 안착하리라 예상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유기농 커피라고 해서 돈을 더 지불하는 시장이 아니다. 같은 가격이라면 흥미로운 이야기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커피가 특별한 제품으로 대접받지 않을까. 그래서 거래 중인 생두 업체에 유기농이나 공정무역 등 각종 인증을 보유한 커피 관련 연구를 요청해두었다. 미국의 경우 인증 받은 커피만 대형할인점에 입점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가치 소비의 측면에서 수요가 발생하리라 판단된다. 코로나로 힘든 상황이지만, 앞으로 일어날 변화에 대비해 다양한 마케팅과 상품군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유기농, 공정무역 등 인증이 있는 커피가 그렇지 않은 커피보다 조금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선택 빈도도 높다고 알려져있습니다.

다음으로 소비자는 이왕이면 저렴하길 원합니다. 우리나라 커피시장은 가격에 굉장히 보수적인 편이죠. 세계경제지표로 삼을 수 있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기준으로 살펴볼까요? 우리나라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톨사이즈)는 4,100원으로 세계 평균값보다 높은 편인데, 이와 대비되는 저가 브랜드들이 990~2,200원 미만에 커피를 판매하며 커피시장의 양극화를 초래했습니다.

최근 마곡동에 문을 연 <플립커피로스터스> 정일화 대표는 "인근 지역에 직장인이 많다 보니 주변 매장들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그중에는 바리스타 챔피언 출신이 운영하는 곳도 있고, 일반적인 매장이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도 즐비하다. 매장 안에 로스터기를 두고 영업을 시작한 곳은 우리가 처음인데, 로스터리 카페가 생겨 참 반갑다며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 아메리카노 가격은 3,500원으로 잡았으나 주변에 워낙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이 많아 걱정했다. 우려와 달리 반응이 꽤 긍정적이고 커피를 좋아하는 고객이 많아 특별한 커피를 자주 소개하고 '커피를 보다 특별하게 마실 수 있는 곳'이라는 콘셉트의 마케팅을 펼쳐볼 생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로 위축된 사람들의 소비 심리가 폭발적으로 표출되는 '이왕이면'식의 소비가 정확히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지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우리는 몇 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더욱 효과적인 영업을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3. 나만을 위한 서비스

비대면의 일상화 속, 프라이빗한 환경에서 나홀로 고급 서비스를 즐기는 형태의 카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직전 가장 주목받았던 카페의 콘셉트를 꼽자면 '프리미엄 서비스'였습니다. 구로에 있는 <이미커피로스터스>는 사전에 예약한 최소한의 인원만 받아 모든 서비스를 개인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했고, 연남동 소재 <펠른>은 일식집의 '오마카세'를 연상시키는 '커피와 디저트의 페어링'으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블랙 로드 커피>는 손님의 커피 취향을 미리 파악하여 그에 적합한 커피를 추천해주고, 더욱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준비해 손님이 마치 커피의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콘셉트로 최근 리뉴얼 오픈했습니다.

이처럼 소비자에게 단순히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 이상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안이 될 것이라 말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플럭스 커피> 이신 대표는 "우리 매장을 찾아오는 고객 중 많은 사람이 나와 이야기 나누는 걸 즐긴다. 판매 중인 커피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묻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이런저런 커피 이야기를 전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님들과의 유대관계가 좋아져 충성고객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고객에게 커피에 담긴 가치와 함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가 선택받지 않을까. 손님에게 어떤 경험을 안겨주는 것이 효과적일까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전에는 '나는 A에 가서 B를 마셨다'라는 사실이 주목받았다면, 앞으로는 '나는 A에 가서 B를 마셨는데, 그건 C고 D이며, E,F이다'라고 디테일을 덧붙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죠.


  송호석

추천(0) 비추천(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