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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는 선물 커피

커피스터디

TIP 자연이 주는 선물 커피
커피는 격년 생산/격년 결과 현상이 발생하며 매번 같은 품질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동일한 농장, 같은 품종을 동일한 프로세스로 생산한다고 해도, 매번 똑같은 향미를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요즘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로 라니냐, 엘니뇨 현상이 잦아지고 건기에도 스콜과 같은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이 벌어져 커피 작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커피는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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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와 온도

일반적으로 고도가 높으면 일교차가 커지고, 커피체리가 천천히 익어가기 때문에 고품질의 커피가 생산된다고 알려져 있다. 동일한 산지라도 고도가 낮은 곳은 높은 곳보다 온도가 높아 커피 과육이 완숙되기도 전에 체리의 겉면만 빨갛게 익어버린다. 이런 커피는 덜 익어도 꼭지가 빨리 떨어져 수확량 감소의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수확 시기가 되면 가장 먼저 열매를 따게 되는데, 전반적으로 밀도가 낮고 품질이 좋지 않다. 예를 들어 품질의 차이로 보기는 어렵지만, 재배지역의 환경이 다른 인디카종 쌀과 자포니카종 쌀이 영양성분은 흡사하면서도 모양과 전분 밀도 등은 다른 것과 비슷한 이치다. 자라나는 환경과 기온에 의해 발생하는 밀도차가 커피의 품질의 차이를 가로짓는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용이다. 그러나 ‘고도가 높을수록 온도가 더 낮다’라는 유추는 전국, 전세계를 대상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하와이안 코나Hawaiian Kona가 생산되는 하와이의 산지는 해발 250m 정도다. 그러나 하와이의 위도(21° 02' 00" N)가 에콰도르의 위도(1° 15'0" S)보다 높기 때문에 이곳은 에콰도르 기준 해발 1,500m보다 고도가 낮지만, 멕시코 기준 해발1,300m와 비슷한 온도(22℃)를 유지한다. 선선한 온도를 유지하기에 낮은 고도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퀄리티의 커피를 생산할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커피 품질이 고도보다는 온도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더욱 명확해진다.

온도는 위도와 반비례하므로 동일한 고도라면 위도가 높을수록 온도가 더 낮아진다. 고도 1,300m에서 온도가 가장 낮은 곳은 멕시코이고 과테말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순으로 온도가 점점 높아진다. 적도에서 멀어질수록 온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멕시코와 에콰도르에서 생산되는 커피 향미의 질이 다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생리학적으로 아라비카 커피나무는 낮은 온도에서 혼합물(유기산, 카페인, 단백질 등)을 많이 생성ㆍ합성하기 때문에 고도가 아닌 온도가 커피 향미 퀄리티에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고도와 위도가 높은 지역은 기온이 25℃에서 5℃까지 떨어지며 20℃가 넘는 일교차를 보인다. 이때 커피나무는 세포의 어는점을 낮추기 위해 당 생성을 촉진한다. 이로 인해 혼합물이 생성되는 시간과 커피체리가 익는 속도가 더뎌지며 당 함유량이 높아지고 쓰고 떫은 맛을 내는 클로로제닉산Chlorogenic Acid은 적어진다. 이 덕분에 낮은 온도에서 자란 커피나무가 더 많은 수용성 물질을 지니고, 깔끔한 산미와 풍부한 단맛, 그리고 다양한 아로마를 가진 고품질의 커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라비카 커피의 맛에서 ‘당’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로스팅에서 일어나는 메일라드 반응은 당을 기반으로 단맛뿐만 아니라 과일 같은 아로마와 산미 등 다양한 맛을 풍부하게 한다. 또한 자당은 당도, 산도, 아로마로 표현되며 꽃, 과일 등의 컵노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잘 익은 커피 체리만을 선별해 수확해야 한다.

1980년대 이후 지구온난화로 인해 평균 기온이 1℃ 이상 상승했다. 온도가 상승할 때마다 곰팡이나 병균 등 미생물의 활동 범위와 고도가 확장된다. 예를 들어 해발 600m에서 녹병의 원인이었던 곰팡이가 기온 1℃ 상승으로 인해 해발 900m까지 활동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는 고스란히 농장의 유지 및 고용 비용에 반영된다. 농장주는 이전에 없던 녹병으로 인해 위기를 맞이한다. 더 많은 농약을 뿌려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 농장을 관리하며 녹병에 강한 새로운 품종을 구매해야 한다. 지속적인 기온 상승은 커피 품질과 생산량 저하를 가져온다. 전문가들은 이 상태로 계속 온도가 상승하면 2050년에는 아라비카 재배 면적이 50%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커피 품종과 맛

오늘날 커피 품종은 무수히 많지만 대부분 에티오피아에서 파생되었기 때문에 유전자 코드가 매우 유사하다. 이러한 이유로 컵노트가 품종 수만큼 다양해지지는 않았다. 품종이 다르면 맛도 다른 것이 명확하지만, 같은 품종이라고 하더라도 컵노트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테루아, 재배 및 가공 방식, 유전(우성, 열성) 등 여러 가지가 있어 맛이 달라질 수 있다.

품종이 다르면 모양이나 크기 등도 달라져 육안으로 구별할 수 있게 되지만, 맛에 큰 차이가 없고 비슷하면 오히려 상품성이 떨어지게 된다. 오히려 같은 품종이지만 확연히 다른 맛을 내는 커피가 상품성이 높다. 예를 들어, 게이샤Geisha 중 하나인 ‘파나마 베이비 게이샤’는 일반적인 게이샤와는 맛이 다르고 스크린 사이즈도 작은 편이라 ‘베이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밖에도 게이샤, 에렉타Erecta, 수단 루메Sudan Rume, 핑크 버번Pink Bourbon 등은 녹병에 약해 생산성이 낮아 고가로 책정되는데, 이는 맛이 좋아서라기보다는 희소성 때문이라 볼 수 있다.

품종마다 재배 조건에 맞는 고도와 기후, 환경이 각기 다르다. 따라서 산지마다 주력 커피가 다르다. 에티오피아는 토착종Heirloom이나 원시 품종을 키우고, 케냐에서는 SL28과 SL36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콜롬비아는 카투라나 카투아이를, 브라질은 버번이나 문도노보 생산에 집중한다. 게이샤 품종은 파나마나 콜롬비아,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에서 재배되지만 인도네시아, 인도, 케냐, 르완다, 부룬디, 자메이카 등에서는 잘 시도하지 않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와 비즈니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커피는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매번 다른 품질의 커피가 생산되기에 명확하고 선명한 기준점을 가지고 구매해야 우리가 원하는 스페셜티 커피를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다. 수많은 샘플링과 반복적인 커핑이 밑거름되어야 로스터리만의 완성도 높은 시그니처 커피를 상품화할 수 있다. 이는 로스터리의 브랜딩, 마케팅에도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우리가 하는 일을 고객에게 잘 전달하고 경험하게 할 수 있다면 좋은 비즈니스로 연결될 것이다.


 월간커피 4월호
사진  월간커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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