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닫기

커피 산미 - 당신은 호인가, 불호인가?

커피스터디

TIP 커피 산미 - 당신은 호인가, 불호인가?
커피의 신맛 혹은 산미에 관해 커피인과 일반 소비자는 꽤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이 문제는 바리스타와 대표가 원두를 선택하는 데 있어 큰 고민을 안겨줍니다. 타국보다 신맛에 대한 호불호가 강한 듯 보이는 우리나라.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2019 서울카페쇼에서 진행됐던 월드커피리더스포럼 글로벌 세션에서 한 참관객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카페를 운영 중이라는 그녀는 "산미가 특징인 스페셜티 커피를 고객에게 소개하고 싶지만, 몇몇 고객의 불만으로 쉽사리 시도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커피 소비자 중 산미에 거부감을 갖는 고객이 적지 않아 원두를 다양하게 들여오기 힘들다는 것이죠.

우리나라 소비자는 왜 신맛 혹은 산미에 민감할까? 커피 산미의 선호도는 커피인들 사이에서도 지치지 않고 나오는 논쟁 주제입니다. 그렇다면 객관적인 자료는 이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요? 커피 업계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c442e5afe1d72c86c9d9e0046b2a66ac_1582165655_2682.jpg

본능·경험에서 비롯된 불호


신맛에 대한 호불호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연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의 본능적인 맛 선호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은 생존과 관련된 것을 본능적으로 좋아하거나 싫어하는데 맛에서도 이런 반응이 나타납니다. 보통 우리가 이야기하는 '5가지 맛의 요소'에는 단맛, 쓴맛, 신맛, 짠맛,감칠맛이 있고, 여기서 탄수화물과 단백질처럼 우리가 꼭 섭취해야 할 영양분에서 느껴지는 맛을 좋아하는데, 바로 단맛과 감칠맛입니다. 반대로 인간은 주로 상했거나 독이 든 음식에서 느껴지는 신맛과 쓴맛을 선천적으로 싫어합니다. 즉 인간은 생존을 위해 단맛과 감칠맛을 좋아하고 감염이나 식중독으로 죽을 확률을 낮추기 위해 본능적으로 신맛과 쓴맛을 멀리하는거죠.
그 다음으로 커피 선호도를 조사한 한 연구에서 한국인 실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관능평가를 살펴보면 결과적으로 대상자는 구수한 맛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5가지 맛 요소(이 연구에서는 감칠맛을 구수한 맛으로 표현) 중 선호하지 않는 것은 신맛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커피의 맛과 취향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고소'라는 말이 빠질 수 없는데,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그동안 마셔왔던 커피가 주로 고소했기 때문입니다. 스페셜티 커피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고작 5년 정도. 그 전까지 우리는 주로 인스턴트, 커머셜 커피를 소비해왔고, 오일이 묻어나올 정도로 다크 로스팅된 커피를 접해왔습니다. 이런 커피는 고소한 맛 혹은 쓴맛이 매우 지배적이기에 한국인이 주로 고소한 맛에 익숙해진 것입니다.

커피 업계의 시선

그러나 커피 업계에서는 이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망원동 소재 <블랙코지>의 양진호 대표는 한국인이 산미에 예민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가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만약 그렇다면 과일이 잘 팔리지 않고 단맛 나는 과일만 인기 있어야 한다. 문제는 로스팅에 있다. 커피의 산미가 전체적인 맛과 어우러지게, 거부감이 들지 않게 로스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된 로스팅이 산미가 아닌 신맛을 두드러지게 해 고객에게 거부감을 주는 것." 그는 신맛에 대한 거부감은 결국 잘못된 커피를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앞으로 로스터 그리고 바리스타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위 연구와 업계의 이야기에 의하면 신맛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은 아직 커피의 산미를 충분히 그리고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높은 퀄리티의 커피를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고 생두의 특징을 제대로 발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로스터도 등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한국인의 커피 입맛은 시간이 자연스럽게 변하면서 처음부터 훌륭한 커피를 경험하게 될 아이들 혹은 조카들이 우리와 매우 다른 커피 취향을 가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 김영선, 이상혁, (2013) "커피 추출온도, 추출시간, 음용온도에 따른 맛의 차이 및 선호도 연구", 디지털융복합연구. 한국디지털정책학회.

 월간커피
사진  월간커피

추천(2) 비추천(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