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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대표를 위한 헌정글 <카페의 차는 달라야 한다> - 1부

커피스터디

카페 대표를 위한 헌정글 <카페의 차는 달라야 한다> - 1부
이달부터 티수입사 <이음티하우스>가 카페에서 차를 취급하기 위해 알아야 할 정보들을 전한다. 커피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욱 넓고 복잡한 차의 세계를 혼자 활보하기 두렵다면 읽어보자. 이번 글에서는 티 프로세싱의 주요 메커니즘인 산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이를 통해 녹차와 홍차의 제다 과정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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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Photo 티수입사 <이음티하우스>


필자는 티수입사를 운영하며 적지 않은 바리스타를 만났다. 이들과의 컨설팅에서 첫 번째로 받는 질문은 대개 비슷하다. "저희 카페에서도 티를 취급하고 싶은데 아직 잘 몰라서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티 전문점이나 유통사와의 회의였다면 품종이나 산지의 특징, 프로세싱 등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했을 터이지만, 아직 차가 어려운 카페 대표에게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항상 고민스럽다. 이들은 주로 차 공부법, 좋은 차를 구하는 방법, 차 도구 구비의 필요성 등에 대해 궁금해한다.

하지만 카페에서 차를 선보일 때는 일반 차 전문점과는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 스페셜티 티를 중심으로 클래식하게 갈 것인지 혹은 티 메뉴를 베버리지의 관점으로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각각의 스타일에 따라 차 구매와 사용 도구, 핸들링 등에서 차이가 있다. 카페 대표의 관점이 아닌, 티 전문가의 관점으로 접근하려니 더욱 어렵게 느껴질 뿐이다. 하여 필자는 티수입사로서 여러 컨설팅을 진행하며 받았던 수많은 질문과 차에 대한 기본 지식 등을 12회로 나누어 소개하려 한다. 작은 조각글이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많은 이가 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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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차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는 보리차나 유자차 같은 독특한 대용차 문화가 발달했지만, 일반적으로 차Tea란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라 명명되는 차나무 잎으로 만든 음료를 뜻한다. 앞으로 필자가 다룰 차도 이에 해당한다. 이번 글에서는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녹차와 홍차의 가공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같은 차나무 잎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녹차가 되기도, 홍차가 되기도 한다는 것은 차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막상 어떤 원리로 분류되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두 차류의 가장 큰 차이는 가공 과정에서 산화가 됐는가에서 나타난다. 벌써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프로세싱 원리를 아는 것이 차를 이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매장에서 싱글 오리진 티를 다루든, 티 베버리지를 개발하든 간에 꼭 갖춰야 하는 건 차에 대한 탄탄한 기본기다. 생두를 제대로 이해해야 멋진 커피를 내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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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화학 성분

[ 1 ] 찻잎 속 수용성 물질의 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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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1 ] 홍차색소의 분류

본격적으로 산화에 대해 알아보기 전, 차의 화학 성분에 대해 살펴보자. 차의 다양한 화학 성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티 폴리페놀Tea Polyphenol'이다. 티 폴리페놀은 화학 구조에 따라 카테킨Catechin, 안토잔틴Anthoxanthin, 페놀산Phenolic acid, 안토시아니딘Anthocyanidin 등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 차의 색과 향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카테킨. 카테킨이 산화되면서 홍차색소Three Black Tea Pigments가 생성된다. [ 2 ]를 보면 알 수 있듯 담황색을 띠는 테아플라빈Theaflavin, 붉은 색의 테아루비긴Thearubigin, 암갈색의 테아브로닌Theabrownine으로 변화된다. 아시아에서는 각각 차황소, 차홍소, 차갈소라고도 부르는데 이 성분은 홍차에는 있지만, 녹차에는 함유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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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와 발효

산화는 티 프로세싱의 가장 주요한 메커니즘이다. 1835년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의 미생물 발효 연구가 주목받던 시기에 용어가 고착되어 제다 과정에서 '발효'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그 당시에는 홍차의 변색 역시 양조와 같은 미생물 발효의 산물이라 여겼지만, 미생물이 관여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변색은 일어난다. 1960년대에 들어 폴리페놀 산화효소인 폴리페놀옥시테이스Polyphenol Oxidase(이하 PPO)가 찻잎 변색의 촉매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발효'라는 용어는 아직도 흔히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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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2 ] 산화의 분류

 

차 가공에서 산화란 찻잎 속 폴리페놀과 산소가 만나는 과정을 뜻한다. PPO를 포함해 퍼옥시데이스Peroxidase, 카탈레이스Catalase 등의 산화효소가 촉매 작용을 하면 '효소적 산화', 산화효소가 작용하지 않으면 '비효소적 산화' 혹은 '자연산화'로 구분한다.

효소적 산화가 일어나 폴리페놀 성분이 산화되면 찻잎의 색이 변한다. 색의 변화는 앞에서 언급했듯 담황색, 붉은색, 암갈색 순으로 이루어진다. 기본적으로 탕색(湯色)에 붉은 기가 돌면 효소적 산화가 일어났다는 뜻이다. 반대로 색이 녹색이면 산화가 일어나지 않았거나, 극히 드물게 일어난 것이다.

자연상태에서 폴리페놀과 산화효소는 세포벽으로 분리되어 있어 차나무에 달려있을 때는 산화되지 않는다. 찻잎은 나무에서 따는 순간 변화가 시작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잎과 줄기, 세포벽의 수분이 감소해 경계가 무너지면서 폴리페놀과 산화효소가 만나 찻잎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산화효소의 이용

이제 산화와 산화효소를 녹차와 홍차 티 프로세싱에 적용해보자. 녹차는 불발효차(비발효차)라고도 불리며 산화효소에 의한 산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살청(殺靑)'이라는 제다 과정을 거치는데, 찻잎을 찌거나 덖는 등 찻잎에 고열을 가하는 과정이다. 산화효소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열에 굉장히 취약하기에 이 과정에서 대부분 파괴된다. 따라서 붉은색이 아닌 말 그대로 녹색을 띠게 된다.

반면 홍차는 완전발효차(전발효차)라 불리며 녹차와 달리 '유념()'을 거친다. 유념은 사람이나 기계의 힘으로 찻잎에 압력과 충격을 가해 조직을 파괴하는 것을 말한다. 세포벽은 수분 감소뿐만 아니라 물리적 충격에도 약해 충격을 가하면 쉽게 무너진다. 그 말은 즉, 효소적 산화가 일어난다는 뜻. 산화가 시작되면 찻잎은 자연상태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빠른 속도로 붉게 변한다. 홍차의 품질은 양질의 효소적 산화와 직결되므로 이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90% 이상의 높은 습도와 24~25의 기온, 산소 공급 등을 유지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붉은 잎의 홍차가 완성된다


(이어지는 내용은 월간<Coffee> 6월호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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