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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스의 끝은 어디인가, 엘 파라이소

커피스터디

산지 프로세스의 끝은 어디인가, 엘 파라이소
작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가장 많이 언급된 커피업계 이슈는 '엘 파라이소'가 아닐까. 이 곳에서 생산된 이중 무산소발효 커피는 특정한 맛이 너무나도 확실히 느껴져 '가향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제 클래식한 프로세스를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다양한 하이브리드 품종과 프로세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커피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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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파라이소 이슈의 시작


2018 콜롬비아 CoE에서 10위를 차지했으나 1위보다 높은 낙찰가를 기록한 엘 파라이소 농장의 커피는 커피업계 이슈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캐릭터가 확실한 이 커피는 옥션 랏Auction Lot으로써 꽤 좋은 평가를 받았고, 마니아층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커피를 즐기는 사람 그리고 로스터의 입장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엘 파라이소는 <커피미업>, <커피리브레> 등에서 다루며 커피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는데요, 특히 커피리브레에서 작년 10월 엘 파라이소 레드플럼, 리치, 카모마일을 동시에 소개했고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이 커피의 가장 큰 특징은 '이름 그대로의 맛'에 있습니다. 이름에 붙은 향미가 너무 강해 다른 맛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사라지지 않습니다.
엘 파라이소의 농장주인 디에고 사무엘 버뮤데스가 소속된 인데스텍 홈페이지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프로세스에 중점을 둔 기술을 바탕으로 커피의 품질을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기후 요인과 무관하게 관리해 지속적인 컵 품질을 얻을 수 있다." 품종과 프로세스의 개발은 기온 상승 등 산지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커피를 생산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죠.

커피의 영역을 지켜야

엘 파라이소 커피의 부정적 평가는 긍정적 평가와 동일한 부분인 맛에서 나타납니다. 확실한 향미에 매료되지만 쉽게 질리고 무엇보다 필요 이상의 인위적인 맛이 느껴진다는 것이죠. 혹자는 너무 인공적인 나머지 커피맛과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프로세스의 영향이 너무 커 커피 본연의 특징을 전혀 느낄 수 없다는 감상도 있었습니다. 결국 이 이슈는 커피업계에 '프로세스, 가향 등 생두가가 가지고 있지 않은 향미를 가미하는 시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대해 2020 KNBC 챔피언 방현영 로스터는 "좋은 품질을 위한 다양한 시도는 좋다. 이는 모든 분야에서 행해지는 과정이고 '더 나음'을 위한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화는 늘 그렇듯 자신이 하는 일의 근본적인 의미를 명확히 확립하지 않으면 퇴보되며 변질한다. 테루아와 품종에 상관없이 동일한 향이 나는 커피가 과연 우리가 알고, 하는 '스페셜티 커피'일까?"라며 "읽기도 힘들 정도로 복잡한 프로세싱이 나오고 있는 지금이 커피인으로서 스스로 '스페셜티 커피의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A카페의 로스터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프로세싱의 발전은 시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그 과정이 투명하다면 얼마든지 긍정적이고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일부 농장의 은폐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 정말 '가향'이 포함됐다면 강하게 반대한다. 우리가 헤이즐넛 커피를 일반 커피와 동일시 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만약 일반 소비자가 가향된 커피를 마시고 자극을 받았다면 아마 그 이후 어떤 훌륭한 커피를 마셔도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고객의 선택에 달려 있어

<신양로스터스>의 서영우 대표는 "소비자가 '호'라면 하나의 흐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와 클래식한 커피의 영역이 나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로스터는 고객에게 커피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다양함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면 선택은 고객이 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또한 <커피미업>의 김동안 대표는 "이중 무산소발효, 가향 등을 명확히 확인할 수 없으니 아직은 이에 대해 판단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단, 엘 파라이소가 2019 콜롬비아 CoE에서 2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의 모습으로 볼 때 업계의 반응은 빠르게 식어가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러한 커피가 '헤이즐넛 커피'처럼 하나의 장르가 될지는 역시 고객이 판단할 문제이고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엘 파라이소는 매우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높은 낙찰가는 결국 바이어의 선택, 더 나아가 커피시장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질 만한 상품이라는 뜻이겠죠. 그들의 '영업장'을 전부 공개하라고 강요할 순 없는 노릇이니 가향은 '논란'으로 끝나겠지만, 하나의 트렌드를 제시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결국 소비자에게 달려있겠죠.



  월간커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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