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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베리에이션을 위한 차 구매 가이드

커피스터디

티 베리에이션을 위한 차 구매 가이드
지난 호에 우리나라 차 시장을 소개하며 카페만의 시그니처 메뉴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다뤘다. 이번 호에는 시그니처 메뉴 중 티 베리에이션을 개발할 때 어떤 차를 베이스로 고르면 좋을지 몇 가지 포인트로 나누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베리에이션에 정답은 없기에 베이스용 차를 고를 때 참고 자료로 활용해주길 바란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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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베리에이션, 어떤 차를 골라야 할까?
 
기본적으로 티 베리에이션에는 대용차, 허브차를 제외하면 녹차, 홍차, 우롱차가 베이스로 많이 사용된다. 우리나라는 주로 녹차와 홍차,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우롱차와 홍차를 베이스로 한다. 최근에는 대만차 음료의 부상으로 국내에서도 우롱차를 베이스로 하는 메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그 외 6대 다류 중 황차, 흑차, 백차 등은 차음료의 베이스로는 잘 쓰이지 않지만 구하고자 한다면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그 말은 즉, 공장에서 만들어져 판매되는 밀크티 베이스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훨씬 품질이 좋으면서도 다른 매장에 없는 메뉴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장제 베이스에서 벗어나면 선택의 폭은 훨씬 넓어진다. 밀크티만 하더라도 어떤 차를 베이스로 하느냐, 어떻게 우리느냐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므로 이를 이용해 여러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 수 있다. 다만, 맛있는 메뉴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에 무작정 차를 사들이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값과 품질 그리고 만족도가 정비례하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좋은 스트레이트 티와 베이스 티는 그 조건이 상당히 다르다. 베리에이션에는 기본적으로 유제품, 과일, 꽃, 허브, 시럽, 탄산 등이 사용되는데 이 경우 차의 향이 맛이 다른 부재료에 묻히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 향과 맛이 선명한 차를 고르자
 
향미의 강도는 음료용 차를 고를 때 매우 중요한 요소다.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높은 가격의 고급차라고 해서 무조건 더 화려하고 맛이 진한 것은 아니며, 값이 저렴하다고 해서 향이 적고 맛이 연한 것도 아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고급품일수록 은은하고 감미로우며, 저급품일수록 진하고 조금 노골적인 느낌을 주는 향수와도 같다. 이는 비단 향수뿐만 아니라 향, 술, 시가 등 대부분의 기호품에 적용되는 특징이다. 부재료에 묻히지 않을 정도로 향과 맛이 선명하며 진한 느낌을 주는 차는 대체로 가격이 비싸지 않은 경우가 많다. 즉, 베리에이션 하기 좋으면서 가격 경쟁력이 있는 차가 꽤 많다는 뜻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잡미의 유무. 저렴한 차는 환경, 보관, 위생, 후처리 등의 이유로 불쾌한 향미가 생길 수 있다. 이를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은 차를 긴 시간 우려보는 것이다. 5분 이상 우렸을 때 자연스럽지 않고 부정적인 향미가 느껴진다면 사용을 재고해야 한다. 단, 쓰고 떫은 맛은 예외다.

 
2 티 폴리페놀과 밀크티
 
차맛의 가장 큰 특징은 쓴맛과 떫은맛으로, 이는 대부분의 사람이 가지고 있는 차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스트레이트로 우릴 때는 선호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음료에는 일정 수준의 쓰고 떫은맛이 꼭 필요하다. 소비자에게 ‘진짜 차로 만든 음료를 마시고 있다’는 것을 가장 쉽고 선명하게 표현할 방법이기 때문이다.
차의 쓰고 떫은맛은 첫 번째 글에도 언급했던 티 폴리페놀과 카페인에서 기인한다. 폴리페놀은 차의 기호성과 활성산소 억제, 항바이러스 등 생체조절기능에 큰 영향을 준다. 차의 폴리페놀 성분은 ‘티 폴리페놀’이라고 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특정 조건에서 활발히 생성된다.

-일조량이 풍부할 때 
-해발고도가 낮을 때
-위도가 낮을 때

그뿐만 아니라 소엽종보다 대엽종 차나무에서, 찻잎 중에서는 웃자란 잎보다는 싹에 폴리페놀 함량이 높게 나타난다. 티 폴리페놀 함량이 높은 차는 우유와 궁합이 무척 좋다. 폴리페놀에 함유된 타닌Tannin이 차의 수렴성을 감소시키는 우유의 지방을 덜 느끼하게 만들고 차의 풍미가 많이 느껴지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것 중 하나가 아쌈CTC다. 인도 아쌈 지역에서 생산되는 아쌈차는 잎이 큰 대엽종으로 덥고 일조량이 많은 평지에서 자라기에 폴리페놀 함량이 매우 높다. 여기에 CTC 즉, 찻잎을 자르고Crush 찢고Tear 말리면Curl 전체적으로 차의 성분이 더 잘 우러나게 된다. 밀크티를 만드는 데 최적의 상태가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밀크티 전문점 등에서는 아쌈CTC 베이스에 다른 홍차를 블렌딩하곤 한다. 아쌈CTC로 전체적인 바디감과 차 맛을 잡고 그 외에 개성 있는 차를 섞어 시그니처 메뉴를 만드는 것이다.

 
3 생산량과 QC
 
시그니처 메뉴는 그 카페의 맛 혹은 이미지를 대변하며 특히 단골손님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입맛이 까다로운 고객은 물론이고 매장에 애정을 가진 손님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는 티 베리에이션에도 적용되는 부분이기에 원료의 생산량과 QCQuality Control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우선 생산량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싱글 오리진 내지 스페셜티는 기본적으로 수량이 한정적이다. 예를 들어 옥션에 참여해 마음에 드는 차를 발견해도 낙찰에 떨어질 수 있고, 산지에 직접 문의해도 워낙 소량이라 차가 생산되는 시즌이 지나면 재고가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심지어 알맞은 시기에 주문해도 소량생산된 차를 거래처에 분배·납품해 가져올 수 있는 양이 얼마 안 될 때도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시그니처 메뉴에 사용할 차를 꾸준히 구할 수 있는지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차는 농산물이다. 그 말은 같은 지역, 시즌에 생산된 차라도 어제와 오늘 나온 결과물이 다르다는 뜻이다. 다원의 규모가 작을수록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따라서 소규모 다원의 차를 쓴다면 QC가 얼마나 잘 이루어지는지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생산량을 이야기할 때 QC를 함께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대체로 생산량이 많은 곳이 QC까지 좋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예컨대 냉해, 폭우 등 예기치 못한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대규모 다원은 그 피해가 일부에 그칠 수 있지만 소규모 다원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는다.

윗글을 정리하자면, 음료용으로 적합한 차는 기본적으로 향이 선명하고 쓰고 떫은맛이 분명한 것이 좋다. 이에 더해 어느 정도 생산량이 일정해야 한다. 물론 베리에이션의 특징에 따라 이 조건은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베리에이션 티도 좋고 다른 차나 꽃, 과일 등을 블렌딩하거나 가향해 하우스 블렌드 티를 만들어 보자. 직접 블렌딩한 티로 계절감 있는 메뉴를 만드는 일도 재미있을 것이다. 카페의 특색에 맞는 싱글 오리진이나 하우스 블렌드 커피를 소개하는 곳이 많은 데 반해 싱글 오리진 티나 하우스 블렌드 티를 제공하는 카페는 찾아보기 어려워 가끔 아쉽기도 하다. 언젠가 집 근처 카페에서도 좋은 차와 티 베리에이션을 만나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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