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닫기

산지에서 커피 구매하기

커피스터디

산지 산지에서 커피 구매하기
훌륭한 커피의 맛과 향을 만들기 위한 전제 조건은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누누이 강조하지만 커피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품질에 대한 신뢰가 생기며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커피는 농산물이기에 매년 같은 퀄리티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는 커피나무가 재배 환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즉, 좋은 커피는 자연이 주는 선물인 것이다.
eb5b9f7f60b428bfa82539243283e0b2_1606698051_1242.jpg

산지 방문 적기는?

산지에 방문하기 좋은 시기는 언제일까. 코스타리카로 예를 들어보자. 코스타리카는 2월 마지막 주가 지나면 수확이 끝난다. 라서 수확, 프로세싱, 드라이 밀Dry mill 등을 관찰하고 싶다면 1월 초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커핑을 할 기회는 적어진다. 가공 중이거나 이제 막 프로세스가 끝난 커피는 수분이 재배열되는 휴지Resting기가 최소 30일에서 최대 90일까지 필요해, 샘플을 받아 커핑해보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커피 구매가 목적이라면 1월 말이나 2월 초에 방문해야한다.

코스타리카의 커피 수확기는 10월부터 3월까지 약 6개월이고, 온두라스는 10월부터 4월까지로 7개월이다. 같은 중미임에도 비가 오는 시기에 따라 개화시기에 차이가 있다. 테루아Terroir는 비슷하지만 커피 재배·수확 시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반면, 아프리카 부룬디(3~7월)와 짐바브웨(7~10월)의 수확기 차이는 테루아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 외 콜롬비아는 8월부터 6월까지, 케냐는 10월부터 8월까지로 수확기가 약 11개월이나 된다. 두 나라는 2번의 수확기를 가지기 때문에 1년 내내 커피가 생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라질의 경우는 5월부터 9월까지다.
 

현재 코스타리카는?

코스타리카는 7개의 행정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생산된 커피 170만 백Bag(60kg) 중 단 7%(약 11만 9,000백)만이 스페셜티 등급을 받는다. 코스타리카 산지 내에서도 타라주Tarrazu는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커피 재배 지역이 광범위해 생산량이 많고, 큰 규모의 워싱 스테이션Washing Station, 웻 밀Wet Mill이 밀집돼 있다. 이들 대부분은 정부와 아이카페ICAFE(Instituto del Café de Costa Rica)의 인증을 받아 자체적으로 프로세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소작농 커피보다 가격이 높고 업계에 큰 영향력을 가진다. 타라주는 수확기에 웻 밀로 유입되는 커피의 양이 너무 많아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가공해야 해 12시간부터 많게는 32시간까지 발효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는 컵 퀄리티Cup Quality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 산호세San Jose 주변은 코스타리카에서 최초로 정통적인 방식의 커피 재배를 시작한 지역이다. 그러나 점차 도시화 되면서 커피 농장수가 줄어들었다. 많은 이가 커피 생산으로는 큰돈을 벌 수 없다는 생각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농장을 팔기에 이른다. 필자가 2017년에 방문한 케냐에서도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가족 구성원의 수가 줄면서 일손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임금은 낮은데 노동 강도가 높다보니 커피 퀄리티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농장주 2세, 3세가 농장을 물려받지 않고 도시로 이동하는 경우도 늘었다. 코스타리카에서 좋은 커피를 구매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또 다른 이유다.
 

커피 나무에 대한 이해

커피는 8주된 모종을 심은 후 3년이 지나야 첫 수확이 가능하다. 첫 수확 후 3년간은 나무의 발달 속도가 느려져 컵 퀄리티가 떨어질 수 있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일정하면서도 충분한 향미를 발현하게 된다. 더 이상 커피 체리가 열리지 않게 되면 가지치기를 해 생산력을 유지시킨다. 가지치기는 4~5년 주기로 하는데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이마저도 소용없게 된다. 품종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30년에서 60년 정도가 되면 대부분의 생산력이 고갈된다. 따라서 커피를 구매할 때는 농장의 커피나무 수령이 어느 정도 됐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그늘에서 자란 커피는 그렇지 않은 커피보다 좋은 퀄리티를 유지한다. 이는 아라비카 커피가 낮은 온도가 유지되는 아프리카 밀림에서 탄생했고 그러한 환경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다. 북극곰이 동물원에서 살 순 있지만 건강하지 못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늘이 없는 고지대 땡볕에 그대로 노출된 커피나무는 생산력은 높지만 생산 연령이 단축된다. 중미에서는 바나나, 잉가Inga, 감귤류, 아보카도 나무 등을 함께 키워 그늘을 만들고 적정 온도(18~21℃)를 유지한다. 낮은 온도와 큰 일교차는 커피나무가 얼지 않도록 체내에 더 많은 당을 공급·축적하게 한다. 고랭지 배추의 맛이 유독 단 것과 같은 이치다.

아라비카 커피에서 단맛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로스팅 중 발생하는 메일라드 반응Maillard Reaction과 캐러멜화Caramelization는 설탕의 단맛뿐만 아니라 과일향과 산미 등의 향미를 풍부하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도16~22브릭스Brix 정도의 잘 익은 커피 체리만을 선별해서 수확해야 한다.

수확 후 보관법

생두는 살아 숨쉬는 유기체다. 상대 습도가 60%일 때는생두의 수분함유량이 11%인 것과 비슷한 조건이므로 수분 이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상대 습도가 그 이하면 수분은 날아가고, 높은 경우는 수분을 흡수한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 상대 습도 85%라면 생두는 수분을 흡수해 수분함유량이 12~12.5%로 늘어날 것이다. 생두가 수분을 흡수하면 세포 호흡이 빨라져 노화가 진행되고 결과적으로 생두의 선도가 떨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그레인 프로백Grainpro Bag 같은 기능성 제품으로 포장해놓는 것이 좋다.

이번 글에서는 좋은 커피를 구매하기 위해 알아야 할 팁을 적어보았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 외는 오직 직접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꼭 산지에 방문해보자. 좋은 경험에서 비롯된 노련함은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훌륭한 커피를 만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월간커피DB
사진  월간커피DB

추천(0) 비추천(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