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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내 인생의 동반자(1)

전문가 칼럼

커피는 내 인생의 동반자(1) 우리나라 커피 1세대 박상홍선생
우리나라 커피 1세대로 불리는 박상홍 선생. 세상을 떠나기 한 해 전 월간커피와의 두 번째 인터뷰에서 “정성껏 내린 커피가 맛있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여전히 커피 사랑을 과시했던 그가 2018년 향년 91세를 일기로 길었던 커피여정의 막을 내렸다. 고 박상홍 선생의 커피 인생을 2002년. 2017년 두 번의 인터뷰 기록을 바탕으로 더컵에서 다시 한 번 조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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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내 인생의 동반자

월간커피와 그와의 첫 번째 만남은 2002년 한 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이었다. 그의 나이 75세. 그 때만 해도 그는 원두커피 문화 보급을 위해 단국대, 강릉대 ‘커피전문가 과정’에 출강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국내 커피 붐을 뒤로 하고 그 해 11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게 돼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었다.

막 불붙기 시작한 국내의 커피열기를 지켜 보는 그 때, 그의 감회는 남달랐다. 무조건 설탕과 프림을 듬뿍 넣어 달달 하게 마시는 다방커피(일명 둘둘커피, 커피 둘, 설탕 둘, 프림 둘)가 만연하던 시절 남보다 일찍 원두커피 매력에 눈을 뜬 그에게 지난 시절은 아쉬움과 희망이 중첩되는 시기로 기억된다. 당시만해도 원두커피는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오랜 선입견에 맞서 ‘좋은 커피’에 대한 근본적인 정의부터 다시 세워야 할 만큼 국내 커피문화의 저변은 극히 허약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인터뷰 당시 그의 나이는 90세. 고령이라는 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활력이 넘치고 커피에 대한 그의 철학도 뚜렷했다. 지난 세월을 담담히 풀어내던 그였기에 막상 큰 따님인 박영희 씨로부터 부음을 전해 들었을 때만 해도 그 얘기가 믿기지 않았다. 아마 그는 지금쯤 천국에서 열심히 커피를 전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음은 박상홍선생 생전에 본지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한국 커피사에 기록해야 할 소중한 내용이기에 3회에 걸쳐 나누어 싣는다. >

섬세한 그의 손길

오랜 세월을 지내왔음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내리는 박상홍 선생의 모습은 섬세함 그 자체였다. 더욱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 입김을 후후 불어 체프를 날리고, 그라인딩한 원두를 체로 걸러내는 정성은 뜨거운 물과 함께 커피 위로 고스란히 쏟아졌다.

커피가 내려지며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김을 보고 있자니 그간 박선생의 커피인생 또한 향긋하게 우러나는 듯 했다. 그렇게 정성으로 내려진 커피 한 잔이 내뿜는 다채로운 맛과 향은 원두커피의 개념조차 제대로 잡혀있지 않았던 국내에서 이를 알리고자 고군분투한 그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호기심과 동경으로 시작한 커피 인생

오사카에서 태어난 박상홍 선생이 처음 커피를 접한 것도 일본에서였다. 우리나라가 해방되기 전까지 일본에서 자란 그와 커피와의 인연은 어찌 보면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외삼촌을 따라 커피숍을 다니며 호기심에 손가락으로 커피를 찍어 마시곤 했던 것이 그의 어린 시절이었다.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 17일, 박선생과 그의 가족들은 한국으로 돌아와 부산에 거주했다. 그렇게 청소년기를 한국에서 보내며 대학 생활을 마친 그는 6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배를 타고 세계 곳곳을 누볐다. 오죽하면 외항선의 선원을 이르는 말인 ‘마도로스’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 였을까. 커피에 대한 관심이 싹을 틔운 것이 바로 그때쯤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자리 잡혀있지 않았던 원두커피 문화를 체험하면서 커피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된 것. 그렇게 박선생은 80년대 초반, 50대의 나이에 접어 든 그가 커피 공부를 위해 일본 행을 결심했다. 전 세계인들이 그토록 열광해 마지않는 원두커피의 본질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열망 때문이었다.

오사카에서 시작 한 커피공부

본래 그의 목적지는 동경이었는데, 당시 함께 떠난 친구를 따라 잠깐 들른 오사카에 정착해 커피를 배우게 됐다. 당시 무역업에 종사했던 친구가 ‘거래처 사장의 부인이 ㈜야마모토커피에서 운영하는 커피교실에서 커피를 배운다’며 한번 가보라고 정보를 주었던 것..

한달음에 찾아가 입학요령 등에 대해 들어보니 괜찮은 것 같아 2주간의 과정을 등록했다. 당시 수강료는 4만 5천 엔으로 평일 오전 10~12시, 매일 두 시간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으며 수업 이후 2시부터는 자율적인 실습 또한 가능했다.

수업 내용은 커피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부터 케이크 등의 사이드 메뉴, 카페 입지조건, 서비스 등 카페의 창업과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포함했다. 2주간의 수업을 듣는 동안 커피에 대해 알게 된 만큼 궁금한 점 역시 많아진 그는 ‘이 정도면 충분히 배웠다’며 한국에 돌아가 커피를 알려주라는 선생의 이야기에 ‘그런 말 하지 마소’라고 맞받아치며 일본에 더 머물렀다.

“이쯤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전문가들이 내린 커피를 마시면 ‘아직 멀었다’는 마음뿐이었죠. 그럴수록 커피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져갔습니다. 열매의 수확부터 추출이 되기까지 커피에 관한 전 과정은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커피숍이란 커피숍은 다 들어가 맛을 보면서 실질적인 경험을 쌓는가 하면 이름난 현지 전문가들로부터 로스팅, 추출기술 등에 대해 배운 그는 비자 문제로 인해 6개월 만에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시리즈2로 이어집니다).

 월간커피DB(9,181호)
사진  월간커피DB

추천(2) 비추천(0)

  • 정재훈

    아 고인이 되셨네요
    존경심이 생깁니다
    이런선구자들이 있었기에 ~~

    2019-03-05

    좋아요(0)
  • 연하선경

    존경합니다♡

    201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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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하선경

    이분 참 멋지고 열정 가득하신분♡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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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스팅팍팍

    많은 바리스타 분들이 우연히 시작했다가 커피라는 매력에 빠져들었는데 커피 1세대도 같다는게 참 커피는 매력적이에요~

    2019-02-25

    좋아요(0)
  • 콩콩콩

    젊은사람 못지않은 열정 너무 부러웠는데.... 존경스러운 분이에요!

    201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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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삼욘사마

    좋은글 잘보았습니다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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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팥보단앙금

    많은 커피업계 종사자분들이 닮았으면 하는 마인드네요!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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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aitforitttt

    월간커피 잡지에서 문득 본 기억이 나네요. 1세대 커피문화를 이끌어 오신분 존경합니다!

    201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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