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들이 정신 수양을 위해 마시던 에너지 차(茶)
‘말차’하면 일본 다도 문화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일본의 역사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말차는 본래 중국의 송나라 시절 녹차를 마시던 문화에서 유래했다. 당시에는 찻잎을 고체 형태로 만들어 두고 때에 따라 조각을 내서 우려 마시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고체 찻잎을 뜨거운 물에 우리면 색이 갈변하는 단점이 생겨 찻잎을 가루로 만들어 마시게 됐는데, 이것이 오늘날 말차로 불리게 됐다. 한국에서는 주로 중국 유학을 다녀온 승려를 통해 알려지면서 고려 시대까지 말차 문화가 매우 활발했지만, 조선 시대 때 유교 사상이 전파되고 *숭유억불정책을 시행하면서 차를 마시는 습관도 절에만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일본에서는 말차가 중심이 돼 다도를 형성했는데, 일본의 승려였던 이세이가 송나라에서 유학하면서 말차에 심취해 일본에 들여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특히 승려들 사이에는 오랜 시간 부동의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정신 수양 전, 집중에 도움을 주는 카테킨 성분과 카페인이 들어있는 말차를 마시는 습관이 정착됐다.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압한다는 뜻으로 불교 세력을 축소하고, 사회적 권위를 약화하는 것
같은 듯 다른 말차와 녹차
말차와 녹차는 카멜리아 시넨시스
Camellia Sinensis라는 나무에서 찻잎이 수확된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같은 찻잎이라 하더라도 수확 시기나 재배 방식, 가공 방식 등에 따라 갈래가 나뉘게 된다. 말차는 여린 잎을 *차광재배해 증기로 쪄낸 후 맷돌로 곱게 간 것을 말하며, 햇빛을 받은 찻잎을 맥과 줄기와 함께 넣고 가루를 낸 것은 녹차 가루라고 한다. 말차는 녹차 가루와 달리 재배 방식이 까다롭고 여린 새순만 사용해 극소량만 생산되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도 크게 차이가 난다. 일본에서는 옥로(玉露)라 일컬는 말차는 매년 초봄 가장 여린 찻잎이 올라올 무렵, 차광막으로 햇빛을 차단하며 키우기 때문에 쓴맛을 내는 카테킨은 줄어들고 아미노산은 풍부해져 잎은 부드러워지고 색은 더욱 선명해진다. 말차의 역사는 오랜 역사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었는데 최근 해외에서 웰빙과 슈퍼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 효능이 재조명받고 있다. 우려 마시는 찻잎과 달리, 말차는 통째로 갈아서 섭취하기 때문에 영양소를 녹차의 10배 이상으로 섭취할 수 있다.
* 일정 기간 빛을 차단하는 재배 방식. 찻잎의 경화를 지연시키고 잎 색의 농도가 짙어지며 아미노산, 테아닌 함량이 더욱 올라감
내겐 너무 낯선 말차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맛이 없거나 마시는 과정이 어려우면 쉽게 손이 가지 않는 법이다. 우리가 쓰디쓴 커피를 달달한 커피 믹스로 먼저 접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일단 맛있어야 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어야 다시금 찾게 된다. 정신과 마음을 수련하며 다도를 즐기는 과정도 좋지만, 말차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일단 가까운 카페에 들러 말차라떼를 마셔보자.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에 반하면, 그다음은 새롭게 느껴지는 말차의 향연에 몸과 마음이 먼저 따를 것이다.
힛더티 부대표/티 블렌더
재배방식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으니 앞으로는 메뉴에 표기할 때도 주의해야겠네요. 그간 커피와 관련된 글만 접하고 이렇게 말차에 대해서는 처음 알게 되었는데 재밌네요. 밀크티나 그 밖의 음료에 대한 내용도 나중에 연재되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2019-07-30
말차가 일본에서 시작된 것인줄 알았는데, 중국에서 시작된 것이였군요. 알쓸신잡 하나 알아갑니다!
2019-07-30
항상 궁금하지만 귀찮아서 다르겠거니하고 넘어갔는데 이렇게 확인하게 되네요^^
2019-07-29
말차와 녹차가 다른거였군요....지금까지 모르고 마셨다니ㅠㅠ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9-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