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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핵심 - 품종

전문가 칼럼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핵심 - 품종 게이샤
수년 전만 해도 스페셜티 커피는 전체 커피 생산량 대비 약 10%에 지나지 않았다. 이를 확보하기 위한 전 세계 그린빈 바이어들 간의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스페셜티 커피가 매우 일반화된 모습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주요 키워드인 ‘품종과 가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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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커피 시장에서 가장 화두인 품종을 꼽으라면, 단연 ‘게이샤Geisha’다. 게이샤는 에티오피아 서남부 게샤Gesha 지역에서 발견된 품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커피 녹병에 저항성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중미에 전해졌다. 중미에서 게이샤가 처음 심어진 곳은 코스타리카였다. 두 번째는 파나마다. 당시 많은 커피 생산 국가는 게이샤를 좋아하지 않았다. 녹병에 저항성을 보이긴 했지만, 나뭇가지가 연약해 재배와 생산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그 후 한동안 잊혔던 게이샤는 2004년 베스트 오브 파나마에서 1위를 차지한 후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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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잔에서 신의 얼굴을 보았다’, ‘커피라기보다는 한 잔의 완벽한 음료’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으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현재 전 세계 커피 시장을 장악하는 엄청난 힘을 지닌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부산 가비스쿨의 이순림 원장은 “게이샤는 다른 품종에 비해 엔자이메틱Enzymatic 계통의 향미가 두드러지고, 다양한 유기산에서 오는 밝은 뉘앙스와 감칠맛이 압도적이므로 다른 품종과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인 특별함을 보인 것으로 생각된다. 나도 처음 게이샤를 맛봤을 때 받은 충격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2004년 베스트 오브 파나마에 등장한 이후로 게이샤의 폭발적인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베스트 오브 파나마는 수년 전부터 게이샤 파트를 분리해서 운용하고 있고, 전 세계 많은 그린빈 바이어가 파나마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게이샤를 구매하기 위해 높은 금액을 마다치 않는다. 매년 가장 높은 가격에 판매된 그린빈 품종을 찾아보면, 게이샤가 Top 10에 이름을 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1] 참조) 옥션을 통해 낙찰가가 공개되는 COE, 베스트 오브 파나마Best of panama, 라 에스멜라다La Esmeralda, 엘 인헤르토El Injerto 등에 의하면, 10개 커피 중 9개가 게이샤인 것을 알 수 있다. 이 표에 따르면 2018년 고지된 최고가 커피는 1파운드에 803달러로 거래됐다. 이는 1kg으로 환산했을 때, 약 $1,766.6에 이르는 가격이다. 한화로 환산하면 약 197만 원을 상위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포항 <커피제이빈>의 정재윤 대표는 “게이샤는 정말 화려하고, 특별한 커피라 생각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마셔보라고 권할 만큼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2018년 가격 Top 10을 보았을 때, 그린빈 낙찰가가 197만 원인 커피를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좋은 커피임에는 분명하지만, 일반 소비자와의 거리는 더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순림 원장도 “게이샤도 잠깐의 유행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고 있다. 특별한 향미를 지닌 커피이긴 하지만, 과연 제값을 주고 구매를 할 사람이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게이샤를 알고 있는 일반 소비자는 얼마나 될까? 자신을 ‘커피 마니아’라 지칭하는 김지희 씨는 집에서 브루잉 커피를 즐길 만큼 커피에 관심이 많다. 매번 다른 커피, 특별한 커피를 맛보려 노력한다는 그녀를 인터뷰했다.

mini interview – 커피 애호가 김지희

Q. 게이샤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
A. 물론 들어본 적도, 마셔본 적도 있다. 특별한 커피를 판매한다는 곳에 친구들과 방문했다가 게이샤가 있어 마셔봤다.

Q. 소감은 어땠나?
A. 커피라기 보다 ‘차’ 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 가격이 비싼 만큼 특별한 향과 맛이 있어 만족했다. 하지만, 다른 브루잉 커피에 비해 가격이 10배나 비쌌기 때문에 앞으로도 카페에서 선뜻 게이샤를 선택하겠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Q. 2018년 최고가 커피는 1kg에 197만 원이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정말 그 가격이 맞나? 이건 조금 과하지 않나 싶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그 가격이면 구매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어떤 맛일지 궁금하지만, 그냥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더 자주 마실 것이다.

이 같은 짧은 인터뷰가 커피를 좋아하는 모든 일반인을 대변한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대부분 소비자는 위와 같은 생각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게이샤가 낙찰되어 소비되는 곳은 어디일까?

커피플랜트 그린빈 구매 담당으로 근무한 경력의 최소영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게이샤가 소량 수입되던 시기에 대부분의 게이샤는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를 위한 용도로 사용됐다.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은 많은 선수가 직접 그린빈을 찾아 산지로 떠나기도 하지만, 유명한 농장의 게이샤를 선택해 출전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체리커피프로젝트 추승민 대표는 “브루어스컵에서는 게이샤 특유의 넓은 향미 스펙트럼과 식었을 때 발현되는 복잡함이 좋은 결과를 받는 요건이 된다. 최근 다양한 가공법이 개발되어 품종만으로 모든 걸 설명하긴 어려워졌지만, 게이샤는 여전히 다른 품종을 압도하는 향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2018 KCIGSKorea Coffee In Good Spirits Championship 챔피언 강민서 바리스타는 “경쟁자보다 단 1점이라도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선수들에겐 뚜렷한 특징을 지닌 커피가 매력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양한 플레이버가 선명하게 발현되는 게이샤를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순림 원장도 “게이샤 품종은 꽃향기나 가벼운 분자량으로 화사한 향미와 유기산의 특징이 발현되기 때문에 WCE 평가항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유리한 커피다. 특히 브루어스컵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는 게이샤의 화려한 향미, 다채로운 산의 발현이 자신의 커피를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방법이 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게이샤 품종의 다채롭고 화려한 향미는 심사위원이 선수의 커피에서 다양한 특징을 발견하고 좀 더 많은 점수를 주게 만든다.

mini interview – 2018 KCIGS 챔피언 강민서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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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서 바리스타의 대회용 커피 선정 기준
- 하나, 출전할 대회의 스코어 시트를 확인하라.
플레이버Flavor, 산미Acidity, 바디감Body 등 배점이 높은 평가항목에 최적화된 커피를 선택하라.

- 둘, 원하는 음료의 콘셉트를 설정한 후 커피를 선택하라.
VS 점수 배점을 높게 받을 만한 커피를 선택한 후 콘셉트를 정하라.
이는 개인의 선택 문제다. 개인적으로 2018년 대회는 전자의 방식을 선택했다.

- 셋. 가성비를 따져라
고가의 그린빈이 항상 내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Q. 2018 KCIGS에서 사용한 커피는 무엇인가? 그 커피를 고른 이유를 말하자면?
A. 이번 대회에 사용한 그린빈은 엘살바도르 깔레라 농장에서 생산한 파카마라 내추럴 커피였다. 대회에서 내가 만들고자 한 음료의 콘셉트가 명확했기 때문에, 그에 맞는 그린빈을 찾다 골랐다. ‘커피소비뇽’이란 음료를 완성하기 위해 오렌지와 포도, 두 가지 향미가 뚜렷한 커피를 원했는데 여러 개의 커피를 테이스팅 한 후 결정했다. 파카마라 특유의 깊은 단맛과 청량감 그리고 뚜렷하고 다채로운 향미가 있었기에 잘한 선택이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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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많은 바리스타가 자신이 출전할 대회에서 사용할 커피로 특별한 품종의 그린빈을 고른다. 특히 커피 선택이 대회 결과를 좌우한다고 일컬어지는 브루어스컵의 경우 게이샤, 파카마라 등의 품종을 사용한 이들의 빈도가 높다. 선수들은 자신의 시연이 더욱 돋보이도록 맛과 향이 뚜렷한 품종을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높은 가격으로 인해 대회를 한 번 치르고 나면 경제적인 여파가 크다는 것도 선수들의 공통 의견이다.
지난 2018년 브루어스컵에 출전한 익명을 요구한 어느 바리스타는 “대회에 나가는 건 바리스타로서 늘 설레는 일이지만, 대회를 준비하며 쓴 비용을 생각하면 ‘내가 뭘 한 건가?’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다른 선수보다 저렴한 커피를 사용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래서 결국 게이샤를 택하는 게 아닌가 싶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성장할수록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더욱 특별한 커피를 찾을 수밖에 없다. 1년 동안 대회를 준비하고, 대회가 끝나면 또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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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제이빈> 정 대표는 “2019 브루어스컵 국가대표 선발전 결선에 진출한 선수 6명 중 5명이 게이샤 품종을 사용했다. 이젠 게이샤를 쓰는 것이 이슈가 아니라, 게이샤를 사용하지 않고 우승할 수 있는지가 주목받는 상황이다. 게이샤는 좋은 커피임이 분명하지만, 게이샤 품종에만 쏠리는 현상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대표 바리스타들이 선택한 비싼 가격의 게이샤에 대해 일반 소비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려해 볼 시점이다. 한 잔의 커피에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은 와인 한 병을 마시기 위해 소비하는 금액보다 낮지만, 게이샤를 비롯한 특별한 품종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게이샤를 재배하는 생산지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소개된 게이샤 품종은 파나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의 중미 국가지만, 이뿐만 아니라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 같은 남미에서도 폭넓게 재배된다. 게이샤의 원산지로 알려진 에티오피아에서도 ‘게샤 빌리지’라는 이름으로 게이샤 품종을 특화한 프로그램이 개발돼, 2018 첫 번째 옥션을 통해 커피를 판매한 바 있다. 이는 에티오피아의 ‘레이첼 사무일’과 미국의 ‘윌렘 부트’에 이어 시작된 프로젝트로 게샤Gesha 숲에서 얻은 게이샤 종자를 인근 ‘벤치마지Bench maji’ 지역의 각각 세부 품종과 기후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파종한 것이다. 2019년 전 세계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게이샤를 더욱 세분화 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중미, 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커피 생산국에서 일어나는 그린빈 트렌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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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호석
사진  송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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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ictoriabc

    게이샤는 분명 엄청나게 맛있고 특별한 품종이 맞지만, 어느순간 과소비라고 해야할까요? 과하게 소비되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아쉬운 점도 참 많습니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렇게 비싸다는것은 일반 사람 입장에서는 참 경험해보고 싶어도 경험할 수 없는 가격이네요. 커피는 모두가 즐길수 있는 음료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일반 소비자들이 저 특별함을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습니다ㅠㅠ

    20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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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스팅팍팍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상당히 좋은 글이 있네요...감사합니다..

    20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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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롬비아빈

    게이샤 비싼 품종이라고만 들어봤지 이러한 자료는 처음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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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룽브룽

    요즘 게이샤가 정말 핫하던데, 아주 유용한 글이네요!! 맛은 정말 궁금하지만 가격이 사악하네요...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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