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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핵심 - 커피 가공법 Ⅱ

전문가 칼럼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핵심 - 커피 가공법 Ⅱ 가공법의 개발,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커피 재배는 기후 변화로 인해 새로운 품종을 찾는 것을 대안으로 삼고 있다. 여기서 인간이 더 적극적으로 간섭이 가능한 부분이 ‘가공’이다. 최근 자연이 만든 체리를 그린빈으로 생산하는 과정에서 역사적으로 사용돼온 가공법뿐만 아니라 이를 조금 변형한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2019년 현재,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새로운 가공법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새로운 가공법, 특별한 그린빈의 등장에 이어 이번엔 가공법의 개발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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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에 의한 선택
새로운 가공법의 등장은 특별한 향미를 생성하기 위함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이와 다른 의견을 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린빈을 수입·유통하는 업체 관계자는 “새로운 가공법을 개발하는 요인은 기존에 시행해오던 워시드, 내추럴이 예전과 같은 향미가 발현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커피 농업은 노동 집약적 산업이고, 커피를 생산하는 국가 대부분이 가난한 나라이기 때문에 나무 자체를 더욱 튼튼하게 키울 방법이 거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별한 가공법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새로운 가공법을 시도하고 있는 나라는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파나마 정도인데 이러한 국가는 다른 생산국에 비해 잘사는 편이기 때문에 특별한 시설을 만들어 가공할 수 있다. 이외의 커피 생산 국가는 형편이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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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부족 현상
커피 생산국이 대부분 겪고 있는 사회 문제 중 하나는 ‘물 부족’이다. 마실 물도 부족한 상황에서 커피를 가공하는 데 필요한 물 낭비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 처리는 생산국에게는 매우 절박한 문제다. 생산국은 이러한 물 낭비를 막기 위해 오염을 줄이는 가공법 연구에 몰두했고, 이로 인해 완성된 가공법이 에코 프로세싱이다. 이는 파나마에서 주로 행해지는 가공법으로 발효과정 없이 점액질을 모두 기계로 제거하며, 발효에 의한 오염수가 발생하지 않아 ‘에코’라는 이름이 붙었다. 라 에스메랄다 농장의 농장주 레이첼 피터슨은 “우리 농장의 모든 워시드는 에코 프로세싱이다. 물의 오염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이샤의 향미를 가장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가공법이기 때문에 발효과정이 생략된 에코 프로세싱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발효과정에서 물 없이 이뤄지는 가공법은 일반 워시드 커피에도 존재한다. 흔히 알려진 워시드 커피는 펄핑 후 점액질이 붙어있는 파치먼트를 물에 잠기도록 하여 발효를 진행하지만, 현재 중미 대부분 국가는 점액질이 붙어있는 상태에서 물이 없는 발효조 혹은 자루에 담아 발효를 진행한다. 이를 드라이 퍼먼테이션이라 부른다. 마누엘 박사는 “드라이 퍼먼테이션은 공기 중에 있는 다양한 미생물이 작용하여 ㅤㅇㅞㅅ 퍼먼테이션에 비해 다채로운 향미가 구현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다소 과한 발효가 이뤄질 수 있으므로 발효 과정의 온도와 습도 등 다양한 환경의 변수를 고려하여 발효 정도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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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와 현실 사이
페루 중부 쿠스코의 커피 농부 로베르토는 “더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코스타리카에서 가공 전문가를 초빙해 농부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보급하고, 더욱 좋은 품질의 커피를 생산할 수 있도록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며 필자에게 사진을 보냈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발효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계측 장치를 비롯해 날씨나 환경 변화 없이 가공을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를 구매했고, 올해 수확분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무산소 발효 커피가 좋은 품질을 보이고, 우리 지역의 커피도 무산소 발효를 적용하고자 미화 천 불 이상을 들여 장비를 설계하고 시설을 갖췄다. 앞으로 어떤 커피가 생산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커피를 생산할 수 있도록 주변 농민들을 일깨우고 독려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에티오피아 시다모에서 커피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생산자 겐젭씨는 “최근 몇 년간 커피의 가공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통 가공법의 향미가 좋다. 가공법을 변경 혹은 조정하여 특별한 향미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맛있는 커피의 요건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가비스쿨 이순림 원장은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확대는 더욱 특별한 향미의 커피를 원하고, 이로 인해 품종이나 가공에 대한 집중 현상이 시작된다. 소비국 입장에서 특별한 향미를 지닌 커피는 그 자체로 가치 있지만, 생산국에서는 선투자와 수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들의 지속 가능한 생산에 긍정적 요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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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가 선택한 가공법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독특한 향미의 발현을 목적으로 다양한 가공법이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리스타는 어떤 기준으로 자신의 시연에 사용할 커피를 고르고 있을까? 지난 호 스페셜뷰에서 살펴보았던 품종 선택 기준과 더불어 가공법에 대한 그들의 선택 기준을 물었다.
2018 WCIGSC에서 5위를 차지한 강민서 바리스타는 “명확한 캐릭터를 지닌 커피가 다른 선수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받게 한다. 때문에 가공법도 특별한 향미가 나는 것을 우선시 한다. 개인적으로 대회용 커피의 가공법은 워시드 보다 내추럴을 선호한다. 워시드는 섬세하고 밝은 톤을 지닌 것이 장점이지만 내추럴 커피의 뚜렷한 과실 향과 단맛 그리고 다채로운 특징이 더 좋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WBC 대회 점수 시트지를 분석해보면 산미보다는 단맛과 텍스쳐를 기반으로 한 음료가 높은 점수를 받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추럴을 기반으로 더욱더 짙은 단맛을 표현할 수 있는 발효 가공법이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KBrC 전문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추승민 대표는 “로스터들과 대회를 치르다 보면 현재 그린빈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실제 고급 품종과 특별한 가공법이 일반화되고 있음을 실감하기에 대회를 코칭하는 과정에서 그린빈을 선택하는 것이 더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전통 워시드 가공법을 선호하는데, 밝은 산미와 클린컵, 밸런스가 좋은 커피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회용 커피를 선택할 때는 개인 취향과 다르게 다양한 관점에서 고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래 [ 표 ]를 통해 지난 1월 개최된 KNBC, KBrC에 참가한 선수들이 사용한 그린빈을 살펴보자.
 
[표] 2019 KNBC에 참가한 서수들의 그린빈 품종과 가공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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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BC 결선에 오른 6명의 바리스타가 사용한 그린빈의 가공법은 송인호 바리스타를 제외하면 모두 내추럴 커피였다. 이는 지난 3월호 스페셜뷰에서 언급한 KBrC 결선 진출 선수들의 선택과도 유사하다. (6명의 선수 중 내추럴 커피 3명, 허니 프로세싱 1명, 워시드 커피 2명) 대회를 준비하는 선수들은 왜 내추럴 커피를 선호할까?
KBrC 전문 트레이너 추승민 대표는 “대회에 출전할 그린빈을 선택하는 방법은 좋은 그린빈을 먼저 찾고 대회의 시연 콘셉트를 짜는 경우와 이미 준비한 콘셉트에 맞는 그린빈을 찾는 방법이 있다. 국내 선수들은 후자가 많으며, 월드 대회 출전자들의 경우 그린빈을 먼저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강민서 바리스타는 “대회는 다른 선수보다 1점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한 모금의 커피가 점수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한다. 내추럴 커피를 선택하는 것이 더 크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회용 커피로 내추럴 가공을 거친 파카마라를 선택했는데, 특유의 포도 같은 과실의 뉘앙스가 뚜렷해서였다”고 말했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심사위원에게 제공되는 한 모금의 커피가 자신의 순위를 결정한다는 생각에 특별한 향미를 가진 게이샤, 파카마라 종의 품종을 택하고 가공법으로는 대체로 내추럴을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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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그린빈 가공법은 전 세계 커피 시장에 순기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 생산국은 새로운 가공법을 위한 장비를 마련해야 하고, 이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한편, 소비국은 특별한 향미를 지닌 커피를 소비자에게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이를 원활하게 다룰 수 있는 바리스타를 필요로 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하여 본 기사를 위해 만난 모든 이들은 한목소리로 입을 모아 말했다.
“커피를 소비하는 것은 소비자다. 아무리 특별한 커피라 할지라도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는다면 결국 아무 의미 없다.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어필하고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커피 인의 역할 아닐까?”

 송호석
사진  송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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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스팅팍팍

    다양한 발효 방식을 위한 연구가 맛 뿐만이 아니라 환경때문에도 있었네요...ㅎ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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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리스타미니

    확실히 요즘은 산지의 높이 등 조건도 중요하지만 발효과정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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