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닫기

Coffee of Brazil

전문가 칼럼

Coffee of Brazil 2018 KBC 챔피언의 브라질 산지연수기 ⅲ - 브라질의 한국인농장
브라질에서 커피 농장을 운영하는 한인과 그 농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어떤 경험을 가지고 어떻게 커피를 생산하고 있을까?
브라질에서 커피 농장을 운영하는 한국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브라질에는 5만여 명의 한인이 살고 있다. 이민 1세대는 6·25전쟁(혹은 한국전쟁) 이후인 60년대 초, 정부의 이민장려정책으로 브라질에 자리 잡게 되었다. 당시 브라질은 사탕수수, 커피 등 농업 생산에 필요한 일손을 모두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했기 때문에 ‘농업 이민’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농업 노동의 한계를 느낀 한인은 상파울루São Paulo로 거처를 옮기게 되는데, 처음에는 방문판매원으로 일하며 의류를 판매했다. 손재주가 좋고 속도도 빨라 의류 업계를 석권했고, 90년대 중반에는 한인촌이자 의류업의 중심지인 상파울루 봉헤치로Bom Retiro와 브라스Brás에서 브라질 전체 의류 생산에 60%를 담당했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민 1세대는 의류업을 중심으로 브라질에 정착했지만, 현재 한인들은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그중 커피 재배를 제2의 업으로 삼은 두 농장, 파젠다 엄과 파젠다 상세바스치앙의 농장주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d6776dfee591ef300ad3af6f87c84cf8_1572569906_7506.jpgd6776dfee591ef300ad3af6f87c84cf8_1572569905_3692.jpg

 
파젠다 엄
멘티퀘이라 산맥Mantiqueira 남쪽, 상곤살루 두 사푸카이São Gonçalo do Sapucaí와 캄파냐Campanha에 위치한 ‘파젠다 엄Fazenda UM(포르투갈어로 ’엄 농장‘이라는 뜻)’은 500ha 중 100ha에서 커피를 재배하며 연간 96톤을 생산한다. 엄하용 대표가 2010년에 인수한 이 농장은 70년 이상 커피를 재배해왔던 곳이다. 그는 그 노하우를 살리고 더 좋은 커피를 찾기 위해 세계를 돌아다니는 열정적인 사람이다. 이 농장에서 스페셜티 커피는 전체 커피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전자 기계공장을 운영했던 엄 대표는 전직의 영향인지 독특하게 농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농장 일부를 대여해 구매자가 원하는 커피를 재배, 프로세싱하는 고객맞춤형 방식을 적용했다. 자연스럽게 가격은 높게 책정되는데 주로 생산국에 대한 고정관념이 덜한 유럽에 수출되고 있다.

d6776dfee591ef300ad3af6f87c84cf8_1572569239_0003.jpg
 
그뿐만 아니라 매년 새로운 품종과 재배, 가공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게이샤처럼 뒷맛을 가지고 있다는 콜롬비아 우쉬우쉬Wush Wush부터 옐로우 버번, 옐로우 카투아이 등 23종의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또한 재배 시 커피나무 근처에 향이 나는 나무 혹은 과일나무를 심어서 커피 향에 변화를 주기도 하는데 바나나 나무, 파파야 나무, 사탕수수 등 12종의 다양한 나무로 실험 중이다. 현재는 바나나밭 근처에 문도노보Mundo Novo 품종을 8만 그루 심었다고 한다. 엄 대표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숲속 그늘에 심은 커피나무다. 야생 커피가 자라는 환경과 비슷하게 조성해 그늘에서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수확시기가 늦어지고 생산량도 떨어진다. 하지만 열매가 나무에 오래 달려있기에 영양분을 많이 받아 품질이 올라가게 된다. 현재 15종, 총 5만 그루가 심겨있다. 땅이 비옥할 뿐만 아니라 유기농 재배 중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된다.
엄 농장의 커피는 가능하면 천천히, 평균 30일 이상을 말린다. 이를 위해 그늘을 만들고 아프리칸 베드를 이층으로 만들었다고. 약 16일 정도 말린 다음, 다시 파티오에서 수분 함량이 11~12%가 될 때까지 천천히 말린다. 파티오에서는 커피를 모래성처럼 쌓아 말리는 볼케이노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커피를 더 천천히 말릴 수 있고 물이 고이는 것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건조가 끝나면 백bag에 넣어 45일 동안 숙성시킨 후 허스킹Husking한다. 발효는 일관성이 보장되지 않고 지속성이 떨어져 선호하지 않지만 트렌드를 따라 2017년부터 발효전문가와 함께 30여 가지의 다양한 발효법을 실험 중이라고. 맥주 발효법에서 차용해 홉이나 효모로 발효시키기도 하며 배럴barrel에 귤 슬라이스나 사탕수수 진액을 함께 넣고 약 48시간 동안 무산소발효하기도 한다. 이 중 몇 가지는 상파울루 소재의 엄 카페에서 커핑할 수 있었다. 이는 다음 기사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d6776dfee591ef300ad3af6f87c84cf8_1572569256_1988.jpg
 
파젠다 상세바스치앙
파젠다 상세바스치앙Fazenda São Sebastião의 1대 농장주는 6·25전쟁 이후 브라질에 정착했다. 의류업에 종사하다 2011년 71세 나이에 농장을 인수했다. 현재는 딸 카트리나Katrina와 사위 마르코스Marcos가 운영을 맡고 있다. 1,425ha 중 약 350ha에서 커피가 재배되며 연간 60톤 정도를 생산한다. 주 재배품종은 옐로우 카투아이로 병충해는 적으나 수확량이 많다고 한다. 지역특성상 전부 기계 수확을 하는데 카트리나와 마르코스는 가공방식에 관심이 많았다. 발효를 위해 직접 만든 저장고는 정릉처럼 흙으로 주위를 메워 별도의 기계 제어 없이 약 19℃의 온도와 99%의 습도를 유지한다. 잘 익은 체리를 선별해 에어록Airlock을 설치한 배럴에서 약 5일간 무산소발효하는데 커피 액이 pH4.4~3.5 사이가 되면 중단한다.
그린하우스 파티오에서는 허니나 내추럴 프로세싱, 발효를 거친 스페셜티 커피만을 말린다. 사방이 망으로 되어있어 통풍되는 곳과 반대로 막혀있는 그린하우스가 있는데, 말릴 때 바람이 없으면 과일 맛이 강해지고 바람이 있으면 산미가 강해진다. 특히 통풍되는 그린하우스에서는 온도가 낮게 유지돼 좀 더 천천히 생두를 말릴 수 있다. 수확 후 건조나 헐링 과정에서 사용하는 기계들은 모두 공장 운영 경험이 있는 1대 농장주가 직접 만든 것들이며 그 규모 또한 어마어마했다. 방문했던 곳 중 가장 전문설비가 잘 갖춰져 있었다. 타지에서 한국인을 만나고 음식을 대접받아서일까? 정이 느껴지고 유독 애착이 가는 두 농장이었다.


d6776dfee591ef300ad3af6f87c84cf8_1572570388_3718.png 
김혜지
2019 한국바리스타챔피언십 챔피언
<루소랩> 바리스타

추천(0) 비추천(0)

  • 얼그레이

    말릴때 바람이 있으면 산미가 강해진다는 부분이 신기하네요! 무슨 원리일까요..?

    2019-12-02

    좋아요(0)
  • waitforitttt

    2018 KBC 결선에서 멋지게 시연하던 바리스타님 모습이 떠오르네요ㅎㅎ 글도 잘적으시고 챔피언은 아무나 되는게 아닌가봐요 ㅎㅎ

    2019-11-26

    좋아요(0)
  • 커피인사이드

    브라질에 있는 한국 농장 매력적입니다 ㅎ

    2019-11-26

    좋아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