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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of Peru

전문가 칼럼

Coffee of Peru 2018 MOB 챔피언의 페루 산지 연수기Ⅰ- 핀카 드와이트와 산타테레사 조합
그린빈 바이어가 아닌, 현장에서 고객을 맞이하는 필드 바리스타가 커피 산지를 방문할 기회가 과연 얼마나 흔할까? 2018 코리아커피리그KCL의 마스터오브브루잉MOB 챔피언이 된 후 부상으로 주어진 페루 커피 산지 연수 기회는 나에게 큰 폭의 발전을 선물했다. ‘첫 해외 여행지가 지구 반대편의 커피 산지라니!’ 부푼 마음을 겨우 다스리며 스물네 시간을 꼬박 날아 도착한 페루는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안겨주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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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카 드와이트에서 페루 커피의 가능성을 보다
처음으로 방문하게 된 ‘핀카 드와이트Finca Dwaight’는 작년 처음으로 열린 페루 CoE에서 1위를 차지한 농장이었다. 2대째 이어져 오고 있다는 이곳은 티피카, 버번, 게이샤 품종을 주로 생산하며 1,800m의 고도와 청정한 주변 환경, 철저한 위생 관리로 감탄을 자아냈다. 책으로만 보던 커피나무와, 셰이드 트리 구실을 하기 위해 심어진 바나나 나무를 마주하며 환상적인 기분을 잠시 만끽하고 있으니 곧 농장 소속 바리스타들이 티피카 허니 커피를 하리오 V60로 내려주었다.
농장에서는 숙련된 피커picker가 잘 익은 체리만 골라 수확 중이었다. 과육의 당도를 확인해 높으면 허니 프로세스로, 낮으면 워시드로 구분해 가공하는 방식이다. 수확한 열매를 숙성 발효하면 열이 발생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두기 위해 발효조를 차갑게 유지한 상태로 25시간에서 30시간 정도 발효한 후 열매에서 신맛이 나면 세척한다. 발효를 차갑게 진행하는 이유는 온도가 높아지면 미생물이 활성화되면서 향미가 발현될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발효가 종료되는 시점의 산도는 pH4 정도며 여기서 더 진행되면 열매가 부패해버리므로 철저한 관리가 필수다.
3년 전부터 다양한 프로세스를 시도하고 개발하고 있다는 핀카 드와이트는 깨끗한 시멘트 바닥에서 건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콜롬비아의 카스티요 품종이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이 품종으로 여러 프로세싱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국내외에서 화젯거리인 무산소발효까지 자신들만의 실험으로 구현해 나가는 열정이 대단했고, 이를 통해 인지도가 높지 않은 페루 커피에 대한 재발견과 가능성을 기대해보아도 좋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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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농장을 위한 꼼꼼한 조합, 산타테레사
농장 견학을 마치고 이동한 곳은 바로 근처의 산타테레사 조합이었다. 조합은 핀카 드와이트처럼 규모와 자본이 충분하지 못한 소규모 농장들이 열매를 수확해 보내면 가공처리 후, 판매까지 진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매일 오후 세 시에 품종별로 나누어진 체리가 조합에 도착하고, 물이 채워진 탱크에 이 체리들을 넣는다. 이때 품질이 좋은 체리는 가라앉게 된다. 이 체리들만 선별해 껍질을 벗기고 발효해 날짜별로 구분한 뒤 건조한다. 엄청난 크기의 탱크와 깨끗하게 관리된 조합의 시설들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어 조합 커핑은 페루 큐그레이더의 도움으로 진행되었다. 중국, 미국, 대만에서 온 그린빈 바이어들과 함께 진행된 터라, 국내에서 경험했던 QC를 위한 커핑이나 퍼블릭 커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진지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서로를 견제하는 듯한 날카로운 슬러핑slurping 소리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1,650m~1,800m 고도에서 재배된 여러 품종의 커피가 한데 모여 있었는데, 샘플 로스팅의 실수로 언더나 오버 로스팅 된 컵이 꽤 나와서 아쉬웠다. 기존에 잘 알려진 페루 커피의 특징인 초콜릿, 캐러멜, 너티 등의 단조로운 맛만이 아니라 그린애플, 쟈스민처럼 산뜻하고 강렬한 캐릭터의 커피가 많아서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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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2018 마스터오브브루잉 챔피언

<콩볶는드래곤>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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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ayathome

    페루는 마추피추때문이라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인데 커피까지 있으니 더 매력적이네요^^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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