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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터리 카페에서 로스팅 공장으로 새로운 변화 기로에선 로스팅 Ⅰ

전문가 칼럼

로스터리 카페에서 로스팅 공장으로 새로운 변화 기로에선 로스팅 Ⅰ
우리나라에만 유행처럼 번졌던 로스터리 카페는 여전히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시장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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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은 생산국에서 생산된 그린빈에 열을 가해 원두로 만드는 과정이다. 실제로 소비국에서 한 잔의 커피를 완성시키기 위한 가장 첫 번째 단계로 매우 중요하다. 
국내 로스팅 시장이 본격화된 것은 2009년 경. 이에 관해 태환자동화산업 김미지 과장은 “당시 로스팅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소규모 로스터기 판매가 급증했다. 이는 소규모 카페에서도 로스팅을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고 이에 따라 로스팅을 가르치는 학원들도 많이 생겨났음을 의미한다. 해외 사례를 볼 때 1kg급 로스터기는 샘플 로스터기로 인지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규모 로스터리 카페를 운용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장비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흐름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살펴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커피 문화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로스터리숍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고 주변의 로스터리에서 공급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9년 로스터리숍을 창업해 현재에 이르고 있는 한 로스터리 카페 대표는 “당시 로스팅이 큰 관심거리였고, 로스팅을 해야만 전문성 있는 카페로 인지되기 시작하면서 더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만 유행처럼 번졌던 로스터리 카페는 여전히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시장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이번에는 변화하고 있는 로스팅 시장에 대해 몇 가지 키워드로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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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 로스팅 공장으로의 변화
로스터리숍의 대중화는 우리나라의 커피 문화를 이끌었다. 이는 우리나라 커피 시장에서 ‘로스팅’이 매우 핵심적인 가치로 자리 잡았음을 뜻한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은 창업 시 로스팅을 필수적으로 배우기에 이르렀고, 본래 카페를 운영하던 업주들도 로스팅을 배워 직접 커피를 볶는 카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주요 업체의 1kg급 로스터기 판매량으로 추산했을 때, 로스터리숍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2011년경으로 약 8,500여 개의 카페가 영업을 했다. 태환자동화산업 김 과장은 “1kg급 로스터기 숫자로 보자면 전국에 약 8,500여개의 로스터리 카페가 있는 걸로 산정됐다. 물론 정확히 계수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우리가 판매한 머신과 주요 머신 업체의 판매대수를 고려했을 때 나온 숫자”라며 “해외 친구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시장의 확대는 머신 제조사에 큰 호재로 작용했고 소비자들도 손쉽게 신선한 커피를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호재의 이면에는 현재 도래한 어려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수많은 로스터리 카페가 커피를 생산했지만, 머신에 대한 감가상각이나 매장 운영에 대한 매출 비중 등을 고려했을 때 자신의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에게만 판매해서는 큰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납품을 시작한 곳이 하나 둘 늘어났고, 그 비중이 매우 높아지는 곳이 생겨났다. 심지어 매장의 영업을 통한 매출보다 납품으로 인한 매출이 더 많아지는 상황이 됐다. 이에 매장 운영을 중단하고 로스팅 공장으로 전환하는 점주도 다수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에 관해 삼청동, 역삼동에서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하던 <카페 창희> 정창희 대표는 “주변에서 로스팅 공장을 바로 설립하기도 하지만, 카페를 운영하던 이들이 로스팅 공장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본인도 매장 운영을 중단하고 로스팅 공장을 운영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고정 지출 대비 매출이 감소한 것도 사실이고, 매장에 메여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다”며 “로스팅 공장으로 전환한 뒤 매일 로스팅과 포장 작업만 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 커피가 이런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매장 운영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스터리 카페 대표는 “솔직히 말해서 매장 매출보다 납품으로 들어오는 매출이 훨씬 크기 때문에 매장 운영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특히 최저시급이 상승하고 기타 고정비가 계속 높아지는 상황에서 혼자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다보니, 로스팅 공장을 꾸려 납품하는 쪽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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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와 제한사항
로스터리 카페와 로스팅 공장의 증가는 지자체 차원에서 다양한 규제가 생겨나기 시작한 요인이 됐다. ‘식품제조가공업’은 신고를 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 요구하는 시설 기준에 부합하도록 시설을 마련해 허가 받아야 한다. 로스팅 열풍 초창기에는 그 기준 자체가 모호했기 때문에 허가가 수월했지만, 현재 서울에서 신규 식품제조업 허가를 받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로스팅 과정에서 발생되는 연기나 냄새뿐만 아니라 허가 기준에 맞는 바닥과 천정, 전등, 수도시설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춰야만 겨우 허가가 나는 수준이었다. 이에 많은 신규 로스팅 공장 창업자들은 서울 이외의 지역에 터를 잡거나 창업을 포기하는 등의 방법을 선택했다. 
이와 유사하지만 조금 수월한 카테고리의 제조업이 ‘즉석식품제조가공법’이다. 서울의 모 구청 관계자는 “서울에서 식품제조업 허가를 받기가 어렵다 보니 논쟁이 일어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법에 근거하여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서 기준에 어긋나는 시설을 인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식품제조업 신고가 불가능한 지역과 시설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비슷한 카테고리의 업종이 즉석식품제조가공업이다. 쉽게 말하자면 반찬가게와 같은 형식이고 사업자등록상 전자상거래 업종을 추가한다면 커피의 경우 인터넷 판매에도 큰 문제가 없다. 식품제조가공업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도매판매 가능여부이다. 즉, 1차 구매자가 소비자에게 다시 판매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규제와 제한사항의 허들이 높아지면서 새롭게 로스팅 공장을 창업하거나 카페를 운영하던 이들의 사업 확장에 제한이 생겼지만, 사업 방향을 약간 전환하거나 기 허가시설에 입주하는 방법 등 몇몇 해결점이 있다. 이처럼 로스팅 업체의 증가는 다양한 규제를 탄생시켰고, 현재는 해결점 또한 어느 정도 등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 계속

 송호석
사진  송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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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가좋다

    여러 변화는 좋지만 가끔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카페 외에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어려울때가 많네요.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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