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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터리 카페에서 로스팅 공장으로, 새로운 변화 기로에선 로스팅 Ⅱ

전문가 칼럼

로스터리 카페에서 로스팅 공장으로, 새로운 변화 기로에선 로스팅 Ⅱ
로스터리 카페는 여전히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시장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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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결국은 가격
과잉공급으로 인한 가격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조짐이다. 커피 및 기타 유통 전문 업체 관계자는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곳은 잘 모르겠지만 일반 카페가 찾는 커피는 분명하다. 가격이 저렴한 커피가 정답이라 생각한다”며 “일반 소비자들도 커피 맛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데엔 동의하지만 그게 커피 구매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닌 경우가 많다. ‘가성비’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국은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유통 중인 원두 1kg의 단가는 5,000원부터 50,000원까지 10배의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시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페셜티 커피는 커피인들만의 사치품으로 치부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그린빈 업체들도 뛰어난 커피를 찾는 노력보다 가성비가 좋은 커피를 찾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카페 창희 정 대표는 “최근 거래처가 폐업하는 경우가 늘어나기도 했고, 거래처에서 요구하는 바는 결국 가격인 것 같다. 1kg에 10,000원 짜리 원두를 생산해야 하다 보니, 선택할 수 있는 그린빈이 제한적이다. 오랫동안 커피업에 종사하면서 좋은 커피를 판매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지만, 결국 관건은 가성비 좋은 그린빈을 찾아내는 것과 이를 적절한 거래처에 판매하는 것인데 두 가지 모두 너무 어렵다. 최근에는 로스팅 공장에 정말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원두 1kg의 가격은 결국 그린빈의 단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가성비 좋은 그린빈을 찾아내는 것이 특별한 커피를 발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커피 시장 내 ‘해썹’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이하 해썹)은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기 위한 국가적 권고사항으로, 이미 식품업계에서는 필수적으로 이에 준하는 시설을 갖춰야만 식품을 생산할 수 있다. [ 그림1 ]에서 확인할 수 있듯 커피는 아직 필수적으로 해썹 인증을 받아야 하는 식품분야는 아니다. 하지만 2013년 부로 커피도 식품의 카테고리에 속하기 때문에 해썹에 준하는 시설기준을 갖춘 곳에서 생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고, 이는 소규모 카페와 로스팅 공장의 큰 반발을 샀다. 그 후 커피 산업에 해썹의 적용은 없었던 이야기가 됐다. 하지만 [ 그림2 ]을 보면 알 수 있듯 2014년 커피가 속해있는 ‘음료류’로까지 의무적용 대상 업종이 확대됐고, 더치커피나 콜드브루를 생산하는 업체는 해썹 인증 시설을 갖춰야만 하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스팅 공장의 해썹 적용 이야기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원두 생산 시설에 대한 해썹 적용이 논의되는 시점은 아니지만, 이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로스팅 전문 컨설팅 업체인 PCT 글로벌 신현상 대표는 “수년간 다양한 식품관련 사건들이 터지면서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식품위생법 제2조 1항에서 언급되듯 커피도 식품이기 때문에 식품으로서 각종 법규가 적용되는 것이 당연하다. 최근 10년간 식품과 관련된 부정적인 이슈가 많았기 때문에 ‘안전한 먹거리’라는 대명제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조제커피의 멜라민 파동, 곡물에 발생하는 곰팡이인 오크라톡신, 로스팅 과정에서 생성되는 벤조피렌, 아크릴아마이드 등 커피 관련 다양한 위해요소 이슈가 발생한 바 있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의 해썹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해썹 같은 제도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필자가 본 기사를 준비하며 의견을 요청한 몇몇 업체의 대표, 담당자는 “괜한 이야기를 잘못 꺼냈다가 더욱 강력한 점검이나 감사가 나오는 것은 아니냐”고 말했고, 모두 익명처리하겠다는 약속을 한 후에야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10년 전부터 원두 납품을 해왔다는 A업체 대표는 “해썹을 전면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원두 가공업에 대한 해썹 적용이 의무화된다면 현재 로스팅 가공업을 하는 업체의 90%가 폐업해야 하는 상황일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B업체 담당자는 “식품가공업을 신규로 허가받은지 몇 달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해썹이 전면 시행된다면 손해가 막대하다. 국민에게 안전한 커피를 공급하는 것은 우리의 신념이지만 과도한 규제라고 생각된다. 대형 업체는 해썹 시설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관리감독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우리 같은 소규모 업장은 자금적인 제약과 인력 부재로 인해 불가능”이라고 단언했다.

 송호석
사진  송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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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ictoriabc

    정말 원두 납품하시는 분들을 경쟁이 치열할 것 같아요. 로스터리 카페가 많고 공장이 많다보니까 원두 납품을 받는 사람은 선택지가 너무 많고, 판매하는 사람은 참 힘든 상황이 됐네요 ㅠㅠ

    202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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