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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소발효 Part 1

전문가 칼럼

무산소발효 Part 1 커피 업계를 뜨겁게 달군 무산소발효란 무엇인가?
최근 커피 업계에는 다양한 가공법과 품종들이 소개되고 있다. 대회에 출전을 앞둔 선수뿐만 아니라, 보다 특별한 커피를 판매하려는 업주들로부터 주목 받는 커피는 빠르게 물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맛보기도 어렵다. 여기에 중국의 스페셜티 커피 시장 진입이 본격화됨에 따라 고품질의 커피를 확보하려면 누구보다 서둘러야 하는 상황.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는 ‘무산소발효Anaerobic’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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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소발효란?
무산소발효란 공기를 차단한 상태로 발효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즉, 공기 중에 있는 미생물의 간섭을 최소화한 뒤 발효시키는 것이다.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활동하는 혐기성미생물을 이용한 발효 혹은 기타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의 발효까지 폭넓게 지칭한다.

무산소발효 커피의 등장
우리나라에 무산소발효 커피가 등장한 건 2~3년 전쯤이다. <커피리브레>에서 수입된 ‘코스타리카 코르디예라 데 푸에고Costa Rica Cordillera de Fuego’, <커피미업>과 SPC에서 들여온 ‘콜롬비아 엘 파라이소Colombia El paraiso’, <나무사이로>의 ‘메사 알타Mesa alta’ 정도가 국내에 소개된 1세대 무산소발효 커피에 속한다. 이들 커피는 처음 소개됐을 땐 크게 주목 받지 못했으나 입소문을 타고 점차 유명세가 높아졌다. 당시 커핑을 통해 이를 맛본 한 바리스타는 “요구르트 같은 뉘앙스와 계피 같은 향미를 느낄 수 있어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이런 향미는 과발효에 따른 좋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과발효 커피에 비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향미가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다양한 무산소발효 커피가 국내에 수입되고 많은 이들이 구매를 위해 노력하지만, 각 회사마다 들여오는 양이 매우 한정적이라 모든 사람이 시도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산소발효 커피는 기존 방식으로 가공된 커피에서는 감지할 수 없던 독특한 향미를 풍기면서 농부와 조합 사이에서 ‘꼭 한 번 시도해보고 싶은 가공법’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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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소발효의 의미
세계적인 커피 컨설턴트이자 커피 학자인 마누엘 디아즈는 그의 세미나에서 “무산소발효는 보다 특별한 커피를 완성시키기 위한 특별한 시도”라고 평가했고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가공 과정 중 특히 발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전에 커피의 발효는 파치먼트에 붙은 잔여 과육을 없애기 위한 단순한 공정으로 여겨져 왔으나, 수년 전부터는 발효를 통제하고 조절하는 것이 특별한 향미를 생성하기 위한 공정으로 인지되고 있다. 즉 발효 과정에 작용하는 온도, 시간, 습도, pH 등 다양한 외생변수를 적극적으로 통제·조정하면 보다 특별한 커피를 완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필자가 지난 2019년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머물렀던 페루에서도 특별한 가공법을 시도하고, 다양한 요소들을 습득하고자 코스타리카의 전문가를 초빙해 커피의 가공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다. 또한 미국 CQI의 Q프로세싱 과정을 통해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가공법에 대해 공부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였다. 페루 중부 나르사Narsa 협동 조합의 QC담당자인 리차드Richard는 “이제는 좋은 커피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이 가공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Q프로세싱 과정을 이수하면서 커피의 가공 과정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알게 됐는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발효와 관련된 것이다. 최근 여러 나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무산소발효 커피를 만드는 작업에 도전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8 페루 CoE에서 1등을 차지한 쿠스코 인근 산타 테레사Santa teresa 지역에 위치한 누에바 알리안사 농장Finca Nueva Alianza의 드웨인Dwigth Aguilar Masias은 “무산소발효를 위해 스테인리스로 된 전용 용기를 구입했고, 계속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실험적으로 일부 랏에서 시도해본 정도지만 내년부터는 완성도 높은 무산소발효 커피를 선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프커피> 태예빈 바리스타는 “무산소발효 커피는 특별한 향미 때문에 관심이 많이 가는 커피다. 품종과 테루아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음에도 특별한 향미가 발현된다. 이런 이유로 바리스타들도 이전에는 대회용 커피로 게이샤를 많이 찾았다면 요즘은 무산소발효 커피를 택하는 경우가 꽤나 많다”고 말했다.
반면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진 커피인도 존재한다. 강릉 <커피 게락> 주영민 대표는 “무산소발효가 유행하다 보니 방문하는 산지마다 무산소발효를 시도 중이라고 말한다. 특별한 맛과 향을 지닌다는 것엔 이견이 없지만, 너무 여기에만 집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생두 업체 관계자는 “무산소발효 커피가 독특한 향미를 지니고, 찾는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대회에 출전하는 바리스타, 스페셜티 전문 매장의 점주 등 고객들의 문의가 확실히 늘었다. 하지만 일반 커피에 비해 가격이 2~3배 높아 그에 상응하는 가성비를 지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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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무산소발효
본래 발효의 목적은 파치먼트에 붙어있는 점액질mucilage 제거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발효의 시간과 온도 그리고 방법 등에 따라 커피의 향미가 달라진다고 알려져 있다. 마누엘 디아즈는 “발효는 공기 중의 미생물이 점액질에 포함된 펙틴과 당분을 유기산, 알코올, 이산화탄소 등으로 분해하는 작용이다. 이때 발현되는 발효산물이 커피의 향미를 결정짓는다. 따라서 발효과정에서 일어나는 젖산발효, 초산발효, 알코올발효의 결과로 특별한 맛과 향이 생성된다. 특히 알코올발효는 산소가 차단된 상태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파치먼트를 산소로부터 분리시킨다. 차단된 산소는 커피 내부에서 일어난 초산발효와 젖산발효의 생성물을 보존하고 보다 안정적인 향미를 유지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발효과정 중 산소의 차단은 커피의 향미를 보다 안정적으로 가져가게 하고, 외생변수로부터 완벽히 독립적인 발효가 가능케 한다.
무산소발효 공법은 이미 와인, 맥주의 발효에는 널리 사용돼 왔으나 커피에 도입된 건 매우 최근의 일이다. 와인전문가 이공주 씨는 “와인의 발효에 있어 산소를 차단함으로써 향미를 보존하고 변질을 막는 건 매우 중요한 숙성과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와인은 무조건 오크통에서 발효시킨다고 알고 있지만 용도와 레시피에 따라 시멘트 발효조나 스테인리스통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크래프트 루트의 양조사 최훈진 씨는 “맥주의 경우 발효 중 맥주가 산소와 접촉하면 오프플레이버off-flavor*라는 중대한 결함이 발생한다. 따라서 자연발효맥주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이산화탄소를 잘 보존하면서 산소는 차단하는 게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최훈진 씨는 “커피 가공과정에도 발효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체리를 수확한 상태로 건조하는 내추럴 공정에서도 충분히 발효가 일어날 수 있고 이는 자연발효 맥주(람빅Lambic)와 유사할지도 모르겠다. 커피의 발효도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 과실이나 식품성분의 화학적 변화, 이외로부터의 혼입에 의해 2차적으로 발생한 이취, 변질위, 악변취를 말한다.

커피의 무산소발효를 과정에 따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내추럴 가공
① 잘 익은 체리를 수확하고 물에 띄워 선별한다.
② 건조(발효 포함)시킨다.

워시드 가공
① 잘 익은 체리를 수확하고 물에 띄워 선별한다.
② 체리의 겉껍질과 과육을 벗겨낸다(펄핑).
③ 건식, 습식, 무산소, 탄소침용 등 미리 설정한 방식으로 발효를 진행한다.
④ 세척을 통해 잔존하는 미생물과 과육을 완벽하게 제거한다.
⑤ 건조시킨다.

내추럴에서의 ②와 워시드 가공 중 ③이 발효과정이다. 습식Wet 발효는 점액질이 붙어있는 파치먼트를 물에 담근 상태로 발효하는 방법으로, 물 속 미생물이 발효에 관여한다. 건식Dry 발효는 발효조 혹은 자루에 점액질이 붙어있는 파치먼트를 넣어둔 상태로 물 없이 발효하기 때문에 공기 중에 있는 미생물에 의한 발효가 일어난다. 건식 발효가 상대적으로 다양한 미생물의 간섭으로 다채로운 향미가 생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마누엘 디아즈는 “건식 발효가 보다 다채로운 맛과 향을 만들어내지만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소 거칠고 텁텁해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미 내에서 ‘오염된 물의 재활용’이란 이슈로 인해 대부분의 산지가 드라이 발효를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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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소발효는 내추럴의 경우엔 수확된 체리를, 워시드는 점액질이 붙어있는 파치먼트를 산소가 차단된 환경에 보관한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은 비닐봉투를 활용하는 것으로, 주로 그레인프로백에 담은 뒤 밀봉한 상태에서 발효를 진행한다. 이와 관련해 에티오피아 다예 벤사Daye Bensa의 QC담당자 앗킬트Atkilt Dejene는 “에티오피아에서는 무산소발효에 그레인프로백을 가장 많이 활용한다. 지역별로 온도, 습도 등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진행 시간을 정확히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그레인프로백에 담은 후 산소와의 접촉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무산소발효를 실험하고 있다. 내년쯤엔 뛰어난 커피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커피플랜트>에서 ‘2019 Taste of Harvest’에서 우승한 아리차 무산소커피를 선보였다. 이는 앗킬트가 언급한 에티오피아 내에서 그레인프로백을 통한 무산소발효 공법으로 탄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방법은 전용 스테인리스통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콜롬비아와 코스타리카의 농부들은 가공법에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는데, 이들의 투자로 탄생한 도구가 바로 스테인리스 발효통이다. 이는 실제로 산소를 100% 가까이 차단할 수 있어 진정한 무산소발효가 가능하다. 아울러 외부 요인에 의한 온도변화가 영향을 미치지 않아 와인이나 맥주의 발효와 가장 가까운 형태로 발효가 진행된다.
세 번째 방법은 오크통을 이용하는 방식인데, 와인이나 위스키를 담았던 통이 아니라 커피 발효를 위해 고안된 오크통에서 발효시키는 방식이다. 오크통은 액체가 새어나오지 않도록 내외부에 송진을 발라 습도의 왕래를 방지하지만, 산소가 100% 차단되지는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와인전문가 이공주 씨는 “와인의 경우 알코올발효가 끝난 와인을 필요에 따라 오크통에서 추가로 발효시킨다. 모든 와인이 필수적으로 오크통 발효를 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와인은 산소의 접촉을 차단하고자 이산화황을 넣어 산소의 간섭을 애초에 방지한다. 즉 커피의 오크통 발효 역시 별도의 산소차단 성분을 첨가하지 않은 상태라면 완전한 무산소 공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플라스틱 통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또한 산소를 100% 차단하는 보조장치가 없는 상태로 뚜껑을 덮어 발효를 진행한다. 와일더 가르시아 농장Finca Wilder Garcia의 가르시아Garcia는 “물이나 기타 액체를 보관하기 위해 구입해둔 플라스틱 통에 펄핑을 마친 파치먼트를 넣고 무산소발효를 시도했으나 원하는 품질의 커피가 완성되지 않았다”며 “무산소발효 시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시나몬 계열의 향신료 향미가 매우 미미했다. 아마도 효과적인 산소차단에 실패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무산소발효가 시도되고 있다. 몇몇 농장은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무산소발효 과정을 매뉴얼화해 대량생산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기도 한다(물론 이는 극소수 농장의 사례다). 현실적으로 소규모 농장의 생산자는 새로운 시도나 특별한 프로세싱보다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형태를 원한다.

 송호석
사진  송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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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파엘곤

    그동안 궁금했던 내용인데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2020-02-04

    좋아요(0)
  • victoriabc

    인스타보고 왔습니다ㅎㅎ 무산소발효를 이렇게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0-02-03

    좋아요(0)
  • 바리스타미니

    대충만 알았는데 자세한 글 감사합니다!!

    202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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