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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소발효 Part 2

전문가 칼럼

무산소발효 Part 2 탄소발효
무산소발효는 새롭게 등장한 또 하나의 가공법을 넘어, 더욱 새롭고 특별한 가공법에 관한 탐구로 이어지고 있다.

무산소발효는 새롭게 등장한 또 하나의 가공법을 넘어, 더욱 새롭고 특별한 가공법에 관한 탐구로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생산국에서 이는 더 나은 품질의 커피를 완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커피인들은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닌 특별한 커피 가공법으로 인지하면서 무산소발효는 전세계 커피 시장을 흔드는 하나의 흐름이 되었다. 이번에는 커피의 무산소발효에 대해 되짚어보고, 이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어본다.

전통적인 커피 가공방식으로는 체리를 그대로 말리는 ‘내추럴’, 그리고 커피가 습도가 높은 지역에 전파되면서 탄생한 ‘워시드’로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펄프드 내추럴’, ‘세미 워시드’ 등 새로운 가공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각 생산국의 환경과 다양한 변수에 대응해 더 나은 품질의 커피를 완성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이후 가공법은 더욱 다양화되었고, 인접한 식음료 산업의 방식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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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발효
탄소발효는 원래 보놀레 와인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발효방식이다. 그 해에 수확된 첫 포도로 만들어지는 보졸레 와인은 탄소발효를 거쳐 햇포도의 다소 과할 수 있는 탄닌감이 중화돼, 상큼한 과일 향미를 지니게 된다. 이는 포도의 발효과정에서 산소와 기타 변수를 차단함으로써 포도 자체가 지닌 미생물로 발효를 시키는 방법이다. 이와 관련해 이공주 소믈리에는 “와인의 발효에서 산소와의 접촉을 막기 위해 이산화황을 일부러 넣기도 한다. 즉, 산소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건 와인 양조에서 가장 기본적인 환경요인”이라고 말했다.
커피에 처음으로 탄소발효법을 적용한 에스메랄다 농장은 잘 익은 체리를 수확하여 펄핑한 뒤, 공기를 차단하는 탱크로 옮겨 담은 후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탱크 내의 산소를 완벽히 차단한 상태로 발효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외부요인의 간섭 없이 생두 내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의해 발효가 이뤄진다. 그 결과, 거친 맛은 줄어들고 부드러우면서도 독특한 과일 맛을 가진 새로운 맛의 커피가 완성된다.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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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소믈리에 이공주
 

-와인의 발효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달라.
와인의 알코올발효는 시멘트통, 오크통, 스테인리스통 이 세 가지 타입으로 진행되며 상대적으로는 짧은 기간이 소요된다. 알코올발효가 끝나면 향미를 완성하기 위해 효모의 특징을 살리는 발효를 하기도 하고, 오크의 특징을 실어주기 위해 또 한 번의 발효를 진행한다. 즉, 이중발효를 한다고 보는 게 옳다. 

-와인의 발효과정에서 산소의 접촉은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발효 중 산소와의 접촉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와인을 양조할 때는 완벽한 산소 차단을 위해 이산화황을 첨가한다. 사실 이산화황을 넣는 이유는 와인의 알코올발효를 적정 수준에서 멈추도록 하려는 게 크다. 이산화황은 그 자체로는 독성을 지닌 성분이지만 와인의 발효에서는 산화방지제, 살균제, 방부제 등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와인의 향미가 변질되는 것을 방지한다.

-발효가 잘못된 와인은 어떻게 되는가?
일단 와인은 발효 중 산소와 접촉하면 산패된다. 커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와인은 모든 발효를 마친 뒤 오크통 혹은 스테인리스통에 넣어서 숙성시키는데, 그 방식에 따라 또 향미가 변화한다. 따라서 와인마다 포도의 품종과 추구하는 스타일에 맞게 숙성을 진행하지만, 변질된 와인에서는 과발효에 의한 시큼한 맛이나 산패한 데서 야기된 하수구 같은 향이 나는 경우도 있다.

-와인의 향미의 완성은 오크통에서 이뤄진다는 것이 사실인가?
사실 오크에서 보관하는 와인이 많기는 하지만, 모든 와인이 그런 것은 아니다. 현재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보관통을 쓰는 경우도 매우 많은데, 이 경우 오크의 풍미를 주기 위해 오크칩을 넣은 채로 숙성시키기도 한다.

-커피를 오크통에서 발효하는 방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크통은 와인을 완성시키는 단계에서 오크의 풍미를 와인에 녹여내는 방법이라 볼 수 있다. 커피 역시 오크통에서 발효한다면 오크 고유의 풍미가 배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오크통이 커피의 발효만을 위해 제작된 건 아닐 테니, 본래 어떤 술을 담았던 통인지에 따라 전체적인 향미가 달라질 수 있다. 오크가 주는 향미가 커피의 맛과 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꽤나 이국적인 커피가 탄생할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필자는 지난 2019년 4월 말 시애틀의 스타벅스 리저브를 방문해, 그곳에서 판매하는 위스키 배럴에서 에이징한 커피를 맛본 적이 있다. 위스키의 향미가 직관적으로 감지되었고, 독특한 매력을 지닌 커피였다. 이러한 영향이 오크통 발효를 거친 커피와 유사할 것으로 짐작된다.

-발효와 숙성을 구분해 설명했는데 와인의 양조에서 둘의 정확한 차이를 가늠한다면?
와인에서의 발효는 알코올이 생성되는 과정을 의미하고, 보관하며 맛과 향이 발현되는 과정을 숙성이라고 할 수 있다. 포도의 품종이나 기타 변수에 따른 선택지가 여럿 있는데, 와인메이커의 선택에 의해 와인이 완성된다. 발효와 숙성은 포도가 자라는 테루아 만큼이나 중요한 과정이다.

-와인양조에서 탄소를 사용해 산소를 배제한 채 발효하는 방식을 커피의 발효에도 적용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시도해본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전통적인 커피 향미와는 또 다른 뉘앙스가 발현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커피를 매우 좋아해서 다양한 커피를 찾아 마시는 편인데,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어서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잘 그려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와인의 산소차단 발효와 유사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마셔보고 싶다.




 송호석
사진  송호석

추천(1) 비추천(0)

  • 초코두유

    자세한설명 감사합니다

    2020-04-06

    좋아요(0)
  • stayathome

    다른 곳의 발효법을 가져와서 하는게 가능하군요. 흥미롭네요~

    2020-02-20

    좋아요(0)
  • HAHOHUU

    커피와 와인의 발효에 대한 이야기를 전문가에게 들으니 새롭게 느껴지네요!

    2020-02-11

    좋아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