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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커피시장 Ⅱ

전문가 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커피시장 Ⅱ 커피 무역,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인가?
여전히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이후 코로나)의 위세는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감염자 수 대비 사망률은 사스나 메르스에 비해 미미하지만, 폭발적인 감염력은 유럽, 미주, 아시아 할 것 없이 수많은 국가의 정치와 경제를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 이러한 코로나의 창궐은 커피 시장의 판도 역시 바꾸어놓았으며, 생산국과 소비국 모두 미래를 걱정할 만큼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코로나는 전 세계의 항공·해운 산업에도 직격탄을 가했다. 항공 업체는 사상 최대 폭의 적자를 기록했고, 향후 운항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해운 업계도 마찬가지로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운항편이 많이 감소했다. 이들은 생산국에서 소비국으로 커피 관련 원부자재를 운송하는 수단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부 커피기계를 제외한 대부분의 물자를 해외로부터 수입하고 있어, 유통의 부재 속 불확실성에 휩싸이고 말았다.
원부자재는 국내 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그 양과 금액이 결정되기 때문에 국내 경제 상황의 침체가 더욱 큰 우려사항이다. 여기에 발주 불가 혹은 추가 제작 시간 소요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다소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C업체 담당자는 “기기를 추가 발주해야 하는데 최근 판매가 너무 부진해 발주를 넣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코로나까지 터지니 발주도 제품 공급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문의를 해오는 고객들에게는 ‘넉넉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얼른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무역업은 전 세계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산업이라 단 한 곳에 문제가 생겨도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에 대책을 마련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커피 생산국에는 코로나로 인해 국가봉쇄, 통행금지 등의 조처가 내려져 커피를 가공하는 작업 혹은 포장해서 수출하는 과정에 투입될 인력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전해진다. 엘살바도르에서 커피 농업 및 카페를 운영하는 벤Ben은 “수확을 모두 마치고 패킹을 하는 상황에서 판매처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현실에 관해 이야기했고, 페루 북부 하엔Jaen의 엘 디아만테El Diamante 조합 매니저인 마빈Marvin은 “코로나로 인해 통행 제한 조처가 내려져, 파트너들과 만나 농장을 관리하는 작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본 수확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있으므로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지만, 앞으로를 예측할 수 없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영국 BBC는 한 콜롬비아 농장의 사례를 보도하며 ‘커피의 주문이 급감해서 농장이 도산할 우려에 놓였다’고 밝혔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고품질 소량생산’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생산 과정에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 결과로 얻어낸 고품질의 커피는 안정적이며 높은 이익을 보장해, 많은 농부가 커머셜에서 스페셜티 커피로 전환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소비국의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스페셜티 커피시장이 극도로 축소돼 수많은 바이어가 주문을 철회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나 기사에서는 ‘생산국과 소비국 간 상호 거래망이 끊어진다면 회복까지는 몇 달 혹은 몇 년이 소요될 것’이라며 ‘결국 생산자들은 생산 작물을 바꾸거나 농장을 팔고, 심지어는 파산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보도해 상황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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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릭코리아 홈페이지의 안내문구
 
(1) 재고 확보
카페 시장에서 사용되는 기계의 경우 유통기한이 있거나 오래되어 변질되는 우려가 없으므로 수입사가 확보해둔 재고만 있다면 구매에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용량이 큰 로스터기, 그룹 수가 많은 대형 기계 혹은 주문제작 기계 등은 주문과 동시에 제작 및 출고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대형 로스팅 공장이나 카페 등을 오픈할 계획이라면 사전에 전체 소요 기간과 대략적인 납품 일자를 꼭 확인해야 한다. <1597스페셜티> 주선섭 대표는 “공장에 놓을 로스터기를 주문하려고 수입사에 일정을 확인해보니 ‘현지에도 재고가 없는 상황이라서 일정에 맞추려면 가능한 빨리 주문을 하는 게 좋다’는 답변을 받았다. 만약 수입 커피기계를 구매할 계획이 있다면 미리 일정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생두는 상황이 조금 더 복잡하다. 생두는 머신과는 다르게 상미기한(上味期限)이 존재한다. 갓 수확된 건 뉴크롭New crop, 1년 정도 보관된 것은 패스트크롭Past crop, 2년 이상 묵은 건 올드크롭Old crop으로 분류된다. 즉, 묵은 생두는 향미를 제대로 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능한 빠르게 소비해야 한다. 문제는 뉴크롭, 패스트크롭까지는 괜찮지만 올드크롭부터는 부정적 향미가 발현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블렌딩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베이스가 되는 커피의 재고는 최대한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D업체는 “블렌딩에 사용하는 콜롬비아 커피가 수입사의 예상보다 4~6주 늦게 입고된다고 해서 난감하다. 우리나라는 코로나가 조금 안정됐지만 중남미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여력이 있다면 베이스로 사용하는 생두는 미리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며 “우리도 기존에 사용했던 것과 같은 생두는 아니지만 만약을 대비해 대체 가능한 생두를 확인해두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올해에 생두 구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소문에, 사용할 커피를 미리 주문해야 할지 수입사에 미리 문의했다. 우리 같은 작은 매장은 사용량이 적어서 조금만 노력하면 타격이 없겠지만 대형 공장은 생두 수급, 대체품의 선택과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생각한다. 미리 생두를 확보해두라고 주변에서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대체생두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두면 비상사태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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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격 리스크
코로나는 전 세계 경제를 마비시켰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년을 통틀어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로 인한 무역경기 둔화가 눈에 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제체계는 무역 의존도가 높아 향후 호재를 찾기 어려울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유가 폭락도 눈에 띈다. 4월 20일 서부텍사스유 기준, 국제 유가는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37.63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폭락은 원유 소비국의 경기둔화를 상징하며, 이로 인해 2차 가공품의 가격 또한 폭락했음을 의미한다.
환율 상승과 유가 폭락은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라비카 커피의 선물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미루어 보면, 국내 생두가격의 전망이 심상치 않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카페를 운영하는 이들에게는 생두 확보 자체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생두를 들여오는 업체의 관점에서는 커피 가격 및 운송비 상승 등으로 인해 국내로 생두를 수입해오는 비용의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고스란히 생두의 판매가에 녹아들어 결국은 소비자들의 구입 단가도 오르게 될 전망이다. <커피리브레> 서필훈 대표는 그의 SNS에서 “올해 뉴크롭 커피는 전반적으로 작년보다 늦게 입고될 가능성이 크고, 환율이 오르면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군다나 뉴욕 커피 가격도 작년보다 많이 올랐다. 이전과 같은 가격대를 찾는다면 품질 하락을 감내해야 한다. 커머셜과 스페셜티 커피의 가격차가 작년보다 많이 좁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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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0 크롭의 생두는 좋은 품질의 커피라 할지라도 판매처가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가격 하락의 여지가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국, 일본 바이어들은 생두의 구매량을 줄일 것이라 이야기한 만큼, 높은 품질의 커피를 더욱 좋은 가격에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커피 시장도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바닥을 치고 있어, 생두를 많이 구하는 것도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것. <커피게락> 주영민 대표는 “올해 각종 대회도 취소됐고, 다른 나라 바이어들의 생두 구매 의사를 들어보니 좋은 가격에 커피를 구매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이나 월드브루어스컵챔피언십WBrC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찾는 나노 랏부터 가성비가 좋은 상품까지 다양한 커피가 현지에 있는 것을 확인했고, 수량이나 가격에 따라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 좋은 커피를 확보할 기회지만 무리해서 구매를 결정할 것인가는 신중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해 CoE의 개최 또한 불확실해졌으니, 자신의 커피를 판매할 수 있는 신규 고객을 찾는 농부들이 좋은 품질의 커피를 저렴하게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Mini Interview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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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 고재현 대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나름의 운영 방안을 구상한다면?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하더라도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단골들은 방문 전 전화로 주문하면 미리 메뉴를 제조해서 픽업만 할 수 있도록 해왔는데, 이를 더 활성화시켜볼 생각이다. 매장이 아파트 상가에 있다보니 드라이브 스루는 불가능하지만 비슷한 방식을 고려하는 것이다. 배달에 대해서도 생각 중이다. 우리 매장은 위치상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전문 업체를 통한 서비스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인근 아파트 단지의 모임이나 회의 등에 케이터링 형식으로 커피를 배달해볼까 고민하고 있다. 동네 주민들의 모임에 커피를 의뢰받을 경우, 모임자리에서 간단한 커피 상식을 알려주는 식의 서비스 커피 강의도 생각 중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는 해결책은 무엇이라 보는가?
비대면의 일상화로 인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모호해졌다고 본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고객에게 각인될 수 있는 작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선물이나 메시지 등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아이템을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단골들은 더욱 충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처음 찾는 고객은 잊혀지지 않는 좋은 기억이 남는 매장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원두 납품업의 경우는 어떠한가?
거래처의 커피 사용량도 반토막난 상태라, 단가를 더 낮춰줄 수 없겠냐고 물어온다. 우리도 매출이 너무나 감소해서 어렵지만 소액이라도 납품단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유효한 방법이 완성되면 납품 원두의 가격을 조금 인하할 계획이다. 하지만 생두 단가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와 원하는 생두를 쉽게 구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무조건 가능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Mini Interview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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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명가> 지상준 대리

코로나로 인해 대구의 상황이 정말 어려웠다고 하는데, 현재는 어떠한가?
주변에 지인들이 운영하는 매장은 문도 못 열고, 오픈을 해봐야 하루에 아메리카노 2~3잔 밖에 팔지 못했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내에 위치한 매장의 경우 매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커피명가도 여러 매장 중 시내에 위치한 지점의 매출 감소 폭이 더욱 컸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코로나가 조금씩 나아지면서 이제야 사람들이 소비를 시작하고 있다. 매출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조금씩 오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대책으로 무엇이 좋을 것이라 보는가?
이제 배달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지 않았나 싶다. 커피명가는 봄철 딸기 케이크가 인기가 많은데, 케이크와 함께 커피를 배달하는 매장은 코로나 기간에도 매출의 하락세가 다소 덜한 것을 보았다. 그래서 다른 매장에서도 배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고객이 매장 방문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로스팅을 할 때 더 안전한 원두를 생산할 수 있도록 개인위생에 더 신경 쓰고 있다. 이처럼 작은 부분에서 보이는 안전에 대한 강조가 고객들로 하여금 안심하고 매장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송호석
사진  송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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