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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 양극화의 기로에 서다Ⅱ

전문가 칼럼

스페셜티 커피 양극화의 기로에 서다Ⅱ 나노 랏, 컴피티션 랏, 그리고 커머셜 커피 스페셜티 커피 양극화의 기로에 서다
전 세계 커피 시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긴 했지만, 반대로 일부 영역은 여전히 뜨겁다. 많은 이가 스페셜티 이상의 더욱 특별한 커피를 확보하고자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더욱더 양극화될 커피 시장에 대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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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커머셜 커피 신
SCAA에서 정의에 따르면 커머셜 커피는 커핑 평가 결과 80점 미만의 커피를 일컫는다.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모든 커피를 지칭하며, 팩토리급부터 하이커머셜까지 수많은 커머셜 등급이 존재한다.

이번 파트에서는 스페셜티 바로 아래 등급, 커머셜 커피를 특정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폭넓은 의미에서의 커머셜 커피는 ‘뉴욕 C마켓’ 정도 가격의 커피로 RTD, 인스턴트 제조에 사용되며 저가커피로 지칭된다.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변화에 따라 커머셜 커피 역시 재조명이 필요하다. A카페를 운영하는 대표는 “스페셜티 커피와 하이커머셜 커피의 경계선이 허물어진 것 같다. 스페셜티 커피는 85점 이상으로 확실한 특징을 가진 커피라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80~83점 정도의 커피와 78~79점의 커피는 동일 선상에 놓여 있다. 이들은 커핑 시점에서의 컨디션에 따라 스페셜티 커피가 되기도, 하이커머셜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커피는 여기에 속한다. 초고가의 커피만을 제한적으로 다루는 카페도 있지만 이 등급의 커피를 다루는 곳이 훨씬 더 많다. 요즘은 코로나19 사태로 여러 가지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이 등급의 커피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최근 로스팅 공장을 오픈해 가동을 시작한 B업체는 해당 품질의 커피로 새로운 블렌드를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테이스팅했다. B업체 관계자는 “오랜 시간 공장을 준비해온 만큼 우리 브랜드에 걸맞은 새롭고 특별한 블렌드를 개발하는 중이다. 아직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새로운 산지(페루, 라오스, 인도 등)의 커피로만 구성해보고 있다. 이렇게 블렌드를 잡아보려 한 이유는 기존 주요 생산국 커피가 품질대비 가격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현재 거의 개발이 완료된 상태인데 출시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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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B업체가 찾았던 대상 커피가 ‘하이커머셜’ 혹은 ‘80~82점대 스페셜티’였다. 저평가된 생산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대량 구매해 가격을 낮추고자 한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커피의 대량 구매를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 가운데 C마켓 기준으로 커피 가격을 매기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B업체의 생두 소싱에 참가했던 C업체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하이커머셜 커피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다. 이렇다 보니 주요 생산국의 커피로는 단가를 맞추기 쉽지 않아 새로운 생산국 대상으로 샘플링을 진행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신흥 커피산지는 품질대비 가격이 저평가된 사례가 많으므로 B업체의 생두 헌팅이 쉬우리라 판단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B업체가 제시한 기준에 품질은 부합하지만 가격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결국 품질과 가격의 곡선이 맞아떨어지는 커피가 있어야 하는데 찾기가 쉽지 않다. 저평가된 생산국이더라도 커피 농업에 드는 비용은 정해져 있고, 안정적인 판매처인 이들도 수익성이 너무나 낮은 판매는 주저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해 농부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품질 관리 자체에 어려움이 더해졌고, 비료 주는 타이밍을 놓치거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산량과 품질을 모두 유지하는 게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생산자는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특별한 것 중에서도 더욱 특별한 커피만을 찾는 바이어도 많지만 80점가량의 커피를 원하는 바이어가 가장 많다. 우리 역시 그 정도 품질의 커피 생산량이 가장 많다고 자신하므로 물량은 얼마든지 맞출 수 있다. 문제는 그들이 제시하는 금액이다. 80점 수준의 품질에 디펙트 없는 커피의 판매가로는 부족하다. 올해에는 0.5달러 수준의 가격 때문에 거래가 취소되는 상황이 유독 많다. 정말 걱정되는 건 다음 해다. 올해 커피의 판매가 정상적으로 이뤄져야만 다음 생산을 위해 농장을 준비하고 집중적인 관리에 들어가는데 코로나19로 바이어가 방문하질 않고 판매율도 저조하다. 판매가 안 되는 일은 없을 거라 믿지만 이런 상황 속 C마켓 가격마저 폭락하니 답답하다. 내년의 생산물도 같은 품질과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모든 게 불확실해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게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전 세계 모든 바이어가 찾고 있는 소위 ‘가성비가 뛰어난’ 그리고 ‘결점두 없는 3~3.5달러 수준의 스페셜/하이커머셜’ 커피는 해를 거듭할수록 물량 확보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안정적인 공급이란 전제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블렌드에 사용된 커피가 여러 가지 사유로 수입되지 못한다면 큰 혼란이 찾아올 수 있다. 이에 ‘안정적인 물량이 확보되는 주요 생산국의 커피’를 선호하는 경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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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에티오피아의 상황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고자 한다. 올해 에티오피아 최초로 개최된 CoE는 현지에 큰 영향을 끼쳤다. ㅇㅇㅇ 앗킬트Atkilt는 “에티오피아에서도 CoE가 열리게 됐으니 농부들이 앞으로 더 좋은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 본다. 최근 블렌드용으로 사용되는 디펙트 없는 내추럴 가공된 G4 시다모에 대한 문의가 특히 많다. 따라서 해당 커피는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하는데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하이커머셜와 스페셜티 등급 구분이 모호해지는 현 상황에서는 가성비 좋은 커피를 확보하는 것이 프랜차이즈나 RTD커피 업체 등 대형 업체들에게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커머셜 커피’에 대한 우리의 편견도 변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기존 커머셜 커피는 외관이나 물리적 상태만으로도 저급 커피라 판단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의 커머셜 커피 크기나 색상을 제외하고는 스페셜티 커피와 큰 물리적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하이커머셜의 경우 스페셜티와 거의 같은 품질이라 볼 수 있다 보니 커머셜이라고 해서 무조건 저렴하고 품질이 낮다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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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Interview

카페 몬테 베르데Cafe Monte Verde QC 매니저
카림 로사리오 아라오즈Karim Rosario Araoz

현재 카페 몬테 베르데의 커피 생산과 선택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리는 페루 북부 아마조나스 주 로드리게스 드 멘도사에 위치한 생두 생산 및 수출업체다. 인근 지역 소규모 생산자의 커피를 구입해 수출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페루는 가장 많은 유기농 커피를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부분은 알려지지 않았다. 페루가 가진 높은 고도와 재래종 그리고 특별한 기후는 뛰어난 커피를 만들어 내기에 충분해 우리만의 특별함을 가진 커피를 수집하고 생산하고 있다. 나는 미국 <스텀프타운>, 일본 <와타루>와 거래를 하고 있는데 그들이 찾는 커피에는 공통점이 있다. 품종이나 가공법이 매우 특별하거나 저렴하면서도 가치 있는 커피다. 그래서 그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바이어들의 구매 경향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 있다면?
몇 년 전부터 보이던 경향인데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극단적으로 양분되고 있다. 그래서 생산자들에게도 이러한 경향을 설명하고 어떤 커피를 생산할 것인지 논의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싶다. 커피를 매우 좋아하는 이들은 더욱 특별한 커피를 찾으므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게이샤 같은 커피를 원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소비자라면 아무리 맛있는 커피라 하더라도 높은 가격을 지불하진 않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바이어의 커피 선택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커피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적이다. 좋은 날씨와 기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선 농부에게는 잘 익은 체리를 꼼꼼히 선별해 수확하고 가공 시에도 더 청결하고 완벽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당부한다. 이러한 업무가 잘 이루어지는지 점검하기 위해 현장에 많이 나가는 편이다. 아마조나스 지역은 습도가 높은 편이라 내추럴이나 허니 같은 가공법은 쉽지 않다. 따라서 좋은 워시드 커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어떤 바이어에게 내놓아도 만족할만한 다양한 커피가 있고, 이런 커피들은 선예약으로 판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또한 특별한 품종에 대한 수요가 높아 몇 년 전부터는 게이샤, 마라고지페 등의 새로운 품종도 생산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커피 시장에 맞춰 트렌디한 커피를 만들어 내고 싶지만 지금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커머셜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관련된 의견이 있다면?
이제는 80점 이하의 커피를 찾는 바이어가 거의 없다. 80~82점 정도의 커피를 보다 낮은 가격으로 구매하길 원하는데 생산자들은 여전히 80점 이상은 스페셜티 커피라 믿고 있다. 그래서 하이커머셜과 스페셜티 등급을 나눔에 있어 설득이 필요하다. 세계 커피 시장의 흐름을 무시할 수 없기에 생산자와 소비자 양쪽을 잘 설득하는 게 나의 임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80~82점의 커피를 커머셜 등급에 맞는 가격으로 판매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뉴욕 C마켓 가격이 워낙 낮은 데다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점 등 악재가 너무나 많아 사실 올해 커피 판매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송호석
사진  송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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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누리

    상당히 재밌습니다. 읽을거리가 많네요 여기~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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