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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두 시장의 변화로 읽는 경쟁력 있는 싱글 오리진 확보하기Ⅱ

전문가 칼럼

생두 시장의 변화로 읽는 경쟁력 있는 싱글 오리진 확보하기Ⅱ
2021년 커피시장에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변수가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2020년 초 불어닥친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모든 생산과 물류가 올스톱되고,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등 여러 생산국에는 자연재해까지 겹쳐 갖가지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커피 수입 업체들은 안정적인 생두 수급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직접 산지를 방문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상황 탓에 끊임없이 물음표가 그려지고 있다.

특별한 가공법의 커피
2020년과 2021년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특별한 가공법’이라 할 수 있다. ‘콜롬비아 엘 파라이소Colombia El Paraiso’부터 최근 출시된 ‘브라질 빈할 그레이프Brazil Vinhal Grape’까지 다양한 향의 커피가 주목받았다. ‘더블 무산소발효’, ‘무산소발효’, ‘탄소발효’ 등 그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가공용어들이 등장했고, 저마다 특징 있는 향과 맛을 뽐냈다. 이들 커피는 고객에게 호평을 받는다고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개인 카페를 운영 중인 업주 C씨는 “고객이 커피 이름에 함께 기재된 과일 향을 커피에서 명확히 인지할 수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이러한 커피들은 이제 고정 라인업에 포함할 수밖에 없다”라며 “개인적으로는 순수성을 지닌 커피도 중요하지만, 결국 대중의 선택이 정답이기 때문에 기존 가공을 변형해 생산한 커피들이 더욱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본다”라는 의견을 드러냈다. 또 다른 업주 D씨는 “무산소발효라는 말 자체가 왠지 전문적으로 느껴져 선택을 주저하는 일반 고객도 많지만, 한 번 맛을 본 고객들이 재주문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므로 화제가 되이런 부류의 커피는 한 번씩 다루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앞서 언급한 바 있는 브라질 빈할 그레이프 커피를 접한 커피 애호가 김혜인 씨는 “스페셜티 커피업계에 입문한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커피를 찾아 마셔보고 있는 단계라 이 커피에 더욱 관심이 갔다. ‘웰치스 포도맛’이라는 컵 노트를 보고 주문했는데, 정말 직관적으로 그 향미가 느껴져서 재밌었다. 커피를 잘 모르는 일반 소비자도 인지할 수 있는 향과 맛이기 때문에 어느 매장에서 판매하더라도 흥미를 줄 것 같다. 하지만, 기존 무산소발효 커피보다는 저렴하더라도 일반적인 커피보다는 높은 가격이라는 점이 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어찌 됐든 커피 안에 숨겨진 향과 맛을 확인하며 즐기는 걸 좋아해 이런 커피를 맛볼 때마다 매우 즐겁다. 여러 가지 다양한 커피를 가져와 소개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커피 생활이 더욱 풍성해져 고맙게 생각한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가공과정에서 무언가를 첨가하거나 조율하여 만든 커피들은 당분간 더욱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커피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아야 할 시점이 보다 앞당겨지고 있는 건, 그 향과 맛을 뚜렷하게 지닌 완성도 높은 커피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스페셜티 커피시장 내 또 하나의 변화의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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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생산국에서 다양성으로
우리나라 커피시장의 싱글 오리진 라인업은 늘 주요 생산국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왔다. 주요 커피 생산국은 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에티오피아, 케냐, 인도네시아 7개국을 뜻한다. 90% 이상의 로스터리가 이들 국가의 커피를 고정 라인업으로 가져가는데, 그 이유를 물으면 모두 ‘안정적인 품질의 커피 수급’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수년 전부터 생산국의 다변화가 조금씩 이뤄지면서 선택지가 더욱 많아지는 모습이다. 초콜릿 향미로 대변되는 엘살바도르, 게이샤의 나라 파나마는 주요 생산국만큼이나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밖에 ‘티피카 메호라도Typica Mejorado’와 ‘시드라Sidra’ 품종으로 유명세를 떨친 에콰도르, 새로운 잠재력으로 주목받는 페루 등 다양한 생산국의 커피가 국내에 소개되고 있으며, 이들 커피를 모두 다루고 있는 카페도 상당수 존재한다. 지난 커피시장의 키워드가 ‘선택과 집중’이었다면, 변화된 커피시장은 ‘다양성’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Mini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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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섬로스팅커피>
박채민 대표


상시 판매하는 싱글 오리진 라인업과 선정 이유는?
매장에서 상시 판매하는 싱글 오리진 커피는 과테말라 안티구아 SHB, 탄자니아 모시 AA, 에티오피아 코케 허니 예가체프 G1까지 총 세 가지다. 이들 커피는 각기 다른 로스팅 포인트로 볶는다. 과테말라를 가장 강하게 볶고 그다음은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순이다. 산미를 싫어하는 고객도 만족하며 즐길 수 있는 다크 로스팅 커피부터 커피의 산미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이를 즐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렇게 라인업을 구성했다. 그래서 고객에게 커피를 추천할 때도 로스팅 포인트 순으로(과테말라>탄자니아>에티오피아) 추천한다.

게스트빈의 선정 조건은 무엇인가?
앞서 소개한 고정 라인업 이외에 약 10여 종의 커피를 게스트빈으로 선정해 판매하고 있다. 가능한 많은 선택권을 손님에게 주고 싶었고, 각자의 취향에 알맞은 커피를 찾아주는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게스트빈의 선정 기준으로는 ‘리프레쉬’, ‘클래식’, ‘입문’ 세 가지 콘셉트로 잡고 있다. 먼저 리프레쉬는 커피업계에 종사하거나 카페 투어를 자주 다니는 고객을 위한 것으로, 새롭고 다채로운 향미를 지닌 커피들이다. 다음으로 클래식은 얼마 전부터 쏟아져나오고 있는 새로운 가공법에 물려버린 입맛을 다시금 회복시켜줄 수 있는 ‘커피다운 커피’다. 마지막으로 입문은 커피를 처음 접하는 고객들을 위한 ‘첨가물 커피’로, 1종 정도 소개하고 있다. 보통 일반인들에게 커피 취향을 물으면 가장 먼저 나오는 답변은 ‘신맛이 싫다’는 것이다. 이런 편견을 깨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첨가물을 넣은 커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커피를 제공할 때는 반드시 가공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덧붙이며, 판매보다는 시음을 통해 자연스럽게 스페셜티 커피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게스트빈의 숫자가 많음에 대한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먼저 장점은 손님의 취향을 모두 맞출 수 있다는 점이다. 웬만하면 모든 이들의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말 많은 고민과 테이스팅을 거친다. 여기서 단점이 또 따라오는데, 생두를 여러 종류 구매해 테스트하기 때문에 손실이 크다. 테스트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원두 전체를 폐기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선택지 자체를 늘려 모든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게 우리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판매한 게스트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커피와 이유는? ‘페루 윌더 가르시아 파카마라 워시드Peru Wilder Garcia Pacamara Washed’다. 이 커피는 라인업을 구상하면서 난잡한 프로세스에 대한 생각을 잠재워주는 느낌이었다. 기본에 충실한 커피로 ‘우리가 한동안 열광했던 커피’, ‘군고구마 향이 난다며 좋아했던 싱글 오리진’, ‘수망으로 쪼그려 앉아 커피를 볶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정말 신기한 건 이러한 나의 생각이 손님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됐다는 점이다. 순식간에 품절돼 이제는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커피가 되었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아마 새로운 가공법이 계속 등장해도 결국에는 기본에 충실한 커피로 회귀할 것이라 생각한다.


 

 송호석
사진  송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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