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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커피 교육에만 힘을 쏟았다(3)

전문가 칼럼

오로지 커피 교육에만 힘을 쏟았다(3) 우리나라 커피1세대 박상홍 선생
이름이 알려지면서 그에게 커피 추출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커피강의도 하는 등 원두커피 교육에 집중하던 그가 2002년 미국 이민 길에 오른다. 하지만 그의 커피가 무지개라며 다채로운 맛을 지닌 그의 커피를 배우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한국에서의 커피 교육은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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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지식 전파에 힘쓰다

원두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박상홍 선생의 이름이 곳곳에 알려졌다. 특히 핸드드립 추출에 집중했던 그를 찾아와 교육을 문의하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90년대의 박선생은 후계자를 두지 않았던 고 박원준 선생, 박이추 대표와는 다르게 커피교육에 힘을 쏟았고, ‘체계적으로 커피를 배워보고 싶다’며 찾아오는 이들을 하나 둘 가르친 게 어느덧 100명이 넘어갔다.

그리고 2000년 3월, 여느 날과 다름없이 보헤미안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제 그만 가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 같았으면 계단 앞쪽까지만 배웅을 하던 박대표가 이상하게도 그날은 밖으로 함께 따라 나와 내게 뜬금없이 ‘힘을 좀 보태줬으면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단국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커피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왔는데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 되겠다는 것이었다. 교단에서 학생의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는 순간이 다가오면 어떡하나 싶은 마음에 걱정이 앞섰지만 다행히 강의 시작은 9월로 여유가 있어 그전까지 그는 커피공부에 더욱 몰입했고, 커피추출 과목을 담당해 강의를 진행했다.

타국생활에도 식지 않은 커피열정

이렇듯 20여년간 국내 원두커피문화의 보급을 위해 힘쓰던 그는 2002년 11월, 미국 이민을 결심했다. 그 당시 본지(2002년 9월호)를 통해 “나름대로 국내 커피문화의 저변을 넓혀보겠다는 욕심으로 동분서주해왔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놓은 것도 없이 훌쩍 떠나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라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돌연 미국으로 떠났던 이유를 묻자 그는 “오사카에서 나고 자랐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부산에서 지냈기에 전원생활을 늘 동경해왔다”며 “조용한 곳에서 독서를 하고, 커피 한 잔을 반주거리로 삼고자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커피를 추출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그는 여름에는 잔디를 깎고 겨울에는 쌓인 눈을 치우며 전원생활을 즐기고 커피는 여전히 그와 함께 한다.

한편 박상홍 선생은 딸만 넷을 두었는데, 그 중 큰 딸 박영희씨만이 그의 뒤를 이어 커피를 배웠다.

그녀는 “사실 제자들을 야단치는 아버지 모습이 무서워 커피를 배울 생각이 없었어요”라며 “그렇게 10년을 눈치만 봐왔는데, ‘이러다가 갑자기 돌아가시면 어떡하나’라는 생각과 함께 아버지가 일궈놓은 모든 것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죠. 야단 좀 듣더라도 단단히 각오하고 배우기로 작정했어요”라고 회상했다.

그렇게 어느덧 20년 가까이 아버지에게 커피를 배우고 있는 그녀는 “커피를 통해 아버지의 참모습을 느끼고, 그런 모습들을 존경합니다”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지금 이 나이까지도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서점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 식지 않는 열정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어떻게 보면 아버지가 장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커피 한잔에 온전히 집중을 하고, 극진한 마음으로 내리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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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커피는 내 사랑

현 국내 커피시장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이대로는 대기업이 독식해버릴 것입니다”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덩치 부풀리기에 급급한 이들이 많은데 덩치가 아닌 내용에 충실해야 합니다. 뭐든지 뿌리부터 잘 키워야 나무가 잘 크는 법이죠.” 그렇기에 그가 마이크로 로스터리에 거는 기대는 크다.

작은 규모이지만 커피를 재배하고 수확하는 과정부터 한 잔의 음료로 고객에게 제공되기까지 모든 과정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들이 있기에 커피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선생 커피는 무지개입니다.’ 그의 커피를 맛본 어떤 이가 했던 말이다. 그만큼 박선생 커피의 맛이 다채로운 것은 그가 커피에 쏟아 부은 수많은 세월, 뜨거운 열정과 애정이 더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내게 커피라면 다른 건 없습니다.

참으로 깨끗하고 순진무구한 음료라고 생각해요. 커피를 마실 때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합니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박선생, 그의 곁에서 늘 함께 해온 커피는 예나 지금이나 그에게 있어 가장 편안한 존재임이 분명하다(시리즈 끝)

 월간커피DB(9,181호)
사진  월간커피DB

추천(4) 비추천(0)

  • 현삼욘사마

    좋은글 잘보았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9-03-23

    좋아요(0)
  • 라파엘곤

    '커피는 무지개다'라는 말씀의 여운이 크게 느껴집니다.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2019-03-18

    좋아요(0)
  • 정재훈

    커피는 무지개다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2019-03-05

    좋아요(0)
  • 현삼욘사마

    존경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2019-03-05

    좋아요(0)
  • 나마스테

    덩치가 아닌 내용

    커피 한잔에 온전히 집중을 하고, 극진한 마음으로 내리기 때문
    참 마음에 와 닿는 내용입니다

    2019-03-04

    좋아요(0)
  • 연하선경

    박상홍 선생님의 열정에 박수를

    2019-03-04

    좋아요(0)
  • 드림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커피맛은 어떤걸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평생을 커피에 정성을 다한 박상홍 선생님의 열정의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9-02-28

    좋아요(1)
  • victoriabc

    가슴이 뭉클해지는 글이네요. 커피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마음을 느낄수 있는 글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02-27

    좋아요(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