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카페에 맞는 자리를 찾는 법과연 카페는 어디에 자리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유동인구가 많고 길모퉁이에 위치하며 주차장까지 있는' 그런 곳일까요? 카페 창업을 준비할 때면 생각보다 많은 경영자가 카페의 입지를 선정한 후에 전략들을 끼워맞춥니다. 개업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갑작스러운 사고처럼 다루는 것이죠. 강조하지만 위치 선정이 첫 순서에 와서는 안됩니다. 비전에 맞는 콘셉트를 구상해본 후에 위치를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품질이 좋은 스페셜티 커피를 아주 합리적인 가격으로 많이 판매하고 싶다'라는 비전과 콘셉트를 가진 예비 창업주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가 찾은 자리는 한적한 동네 구석의 상권입니다. 초보 창업자라 비싼 월세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죠. 60만 원 정도의 월세를 내면서 연습 삼아 차례차례 성장하자는 생각으로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다면 맛과 퀄리티를 알아주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 믿습니다. 입소문만 나면 그때부터 장사가 풀릴 것이라고 말이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에 대한 저의 의견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내가 고품질 스페셜티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싶다면, 일단 가격은 얼마로 설정할 것인지와 하루에 얼마나 팔아야 하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합니다. 여기서 '합리적'이라는 말은 아주 모호하며 커피가 저렴하다는 이미지를 주려거든 최대한 싼 가격에 판매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의 인지가 시작됩니다. '이 매장은 정말 가격이 미쳤다' 라고. 그런가 하면 입지로 택한 지역에서는 일반인들이 스페셜티 커피를 잘 모르고 결국 마니아층들이 많이 방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다른 예시로 한 사람이 2,500원 대에 강력한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그럼 얼마나 팔아야할까요? 아마 2,500원 짜리 커피는 핸드드립으로는 어려울 것이며, 100잔을 팔아도 25만 원입니다. 순수익을 생각해보면 하루에 15만 원이 안됩니다. 여기서 그런 부분을 보완할 새로운 방안과 이 매장을 더욱 강력하게 할 만한 해결책들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더 많이 팔 것인지, 더 자주 오도록 할 것인지를 생각해봅니다. 결국 이 매장은 더 많이 팔아야 함이 확실하고, 그러려면 자연스럽게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을 찾아야만 합니다. 만약 어렵다면 주변 카페를 둘러보는 것도 좋습니다. 만약 상권을 만들어 보고 싶다면 더욱 철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오피스 상권', '핫플레이스 상권' 등 분류를 설정하고 그 중에서도 '200만 원 이하의 월세' 이런 기준을 두고 위치를 설정해야 합니다.
입지 선택의 또 다른 기준
대구를 기준으로 볼 때 테이크아웃에 초점이 맞춰진 카페는 20평 이하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20평 이하의 월세 100~150만 원대 매장은 보증금도 2,000만 원 이하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상권은 이러한 가격 상한선을 두고 찾으면 좋습니다. 커피를 주로 판매하는 카페일 경우, 월세가 200만 원을 넘어간다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대구 상권에서 20평대의 카페 중에서 하루에 100만 원 근처의 매출을 올리는 곳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무작정 '카페 자리를 찾는다'며 부동산에 가면 당연히 부동산 입장에서만 좋은 매물들을 보여줍니다. 조금 더 디테일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이유죠.
자리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정말 어렵습니다. 음식 판매와 견주면 카페는 접근 자체가 다릅니다. 2,500원 짜리 커피라면 400잔을 팔아야 하루 100만 원 매출이 나옵니다. 이런 카페는 이제껏 없었던 엄청나게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곳이죠. 유지하기도 굉장히 어려울 것입니다. 자본도 경험도 부족한 예비 창업자가 그런 카페를 만든다는 것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보다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 외 상권 선택하는 데 포인트가 될 요소가 있습니다. 브런치, 디저트 등을 판매해 많은 사람이 머물다 가는 매장을 만들 거라면 상권 선택 방법이 또 다릅니다. 메뉴를 정하고 내가 판매하는 서비스를 찾는 사람이 많이 발생하는 곳에 자리를 정해야 합니다. 또한 초보라고 해서 너무 저렴하기만 한 월세를 고르면 오히려 나태해지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적당한 월세로 적당한 부담감과 함께 더 나은 트래픽을 확보하는게 좋습니다.
잘 되는 카페 중 운이 좋은 곳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오래 잘 되는 곳이 되려면 운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롱런을 꿈꾼다면 더욱더 전략적으로 상권을 물색해야 합니다. 운 좋게 돈도 꽤 있고 자리도 있다면 콘셉트 자체를 그곳에 맞춰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 개인 카페를 월세 내고 하는 상황이라면 자리를 찾는 일은 조금 미뤄도 좋습니다.
카페 이름은 멋이 기준이 아니다
비전을 토대로 상권을 정했다면 곧 그런 것을 바탕으로 네이밍을 할 시간입니다. 많은 초보 창업자가 하는 또 다른 실수는 바로 이름을 전략적으로 짓지 않는 것입니다. 예쁜 이름, '내' 마음에 드는 이름으로 짓거나 작명소를 통하거나 하는 방식입니다. 카페의 이름은 다분히 전략적으로 지어야 합니다. 예쁘고 멋있어 보이는 이름은 반드시 몇 년 후에 촌스러워지게 마련입니다. 전략적 네이밍은 카페의 콘셉트를 잘 나타내거나 비전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이름을 짓는 것이죠. 그렇기에 비전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좋은 이름은 나올 수 없습니다. 잘 된 브랜딩이라면 그 카페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설명할 필요가 없어야 합니다. 그래서 어려운 콘셉트나 새로운 시도는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만 하는 것인데, 이름이 디테일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름의 힘이 약하다면 캐릭터 로고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지만, 강력한 자본이나 기본적인 인프라가 있는 카페나 기업이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사실 예비 창업주라면 이름에 있어서 불리한 싸움에 늦게 뛰어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각 분야별로 자리 잡고 있는 수많은 카페가 좋은 이름들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기존과 비슷한 정도의 네이밍으로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어렵습니다. 세상에 나와 있는 이름들보다 더 잘하고 강력해야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이죠. 여기서는 <블랙로드커피>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커피를 알린다'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커피탐험'이라는 콘셉트를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탐험의 콘셉트를 가장 잘 전달하리라고 생각했던 네이밍은 '콜럼버스 커피'였습니다. 일반 카페에 적용하면 별로인 이름일 수 있지만, 탐험이 콘셉트인 우리 브랜드에는 탁월하고 전략적인 이름이었습니다. 좋은 네이밍은 멋있는 것보다는 비전과 콘셉트의 효과적인 전달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콜럼버스가 아닌 다른 이름을 선택했을까요? 사실 이외에도 많은 후보군이 있었습니다. '탐사', '마젤란', '아틀라스', '블랙펄', '네이처', '와일드' 처럼 아까운 이름들이지만 대부분이 상표 등록이 어려웠습니다. 다양한 웹서비스 추진을 위해서는 상표 등록이 반드시 필요했고, 가능한 후보군 중 탐험의 이미지를 가장 잘 나타낸 것이 '블랙로드'였습니다.
네이밍의 과정은 정말 어려웠고, 이런 네이밍 실패를 한번 겪게 되면 점점 더 어떤 이름을 선택할지 감이 안 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유능한 브랜딩 업체와 협업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디자인만 하는 게 아니라 비전과 콘셉트를 함께 고민하는 브랜딩 업체라면 더 좋겠죠.
카페 창업에는 순서가 필요합니다. 좋은 비전에서 좋은 콘셉트가 나오고, 그래야 좋은 상권과 좋은 이름을 찾습니다. 이름부터 먼저 짓고 좋은 비전을 선택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카페를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라면 스스로 왜 카페를 해야 하고, 그 카페로 지역사회에서 어떤 가치를 창출할지부터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전은 마음에 품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익습니다.
글 <블랙로드커피> 이치훈 대표
놓치고 갈만한 주제에 관해 좋은 글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2-04-27
좋아요(0) 답변좋은글 감사합니다.
2022-03-25
좋아요(0) 답변아 저도 카페 이름 짓는거 너무 어려웠습니다...ㅠㅠㅠㅠ
2021-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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