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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잉 로봇, 어디까지 왔나

비즈니스 스터디

브루잉 로봇, 어디까지 왔나 로봇 바리스타의 시대
앞으로 로봇이 우리 삶에 더욱 깊숙이 침투하리라는 데 이견을 표할 사람이 있을까? 커피 업계, 그중에서도 브루잉 커피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이제는 더욱 강력한 AI까지 탑재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브루잉 로봇 소식을 모아보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점쳐보았다.



로봇 바리스타의 시대가 눈앞에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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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업계에서 로봇의 존재는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오피스 및 주거 상권은 물론 휴게소나 리조트 같은 특수 상권에서도 이제는 로봇 바리스타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 3월, 당시 282억 달러 규모인 로봇 시장이 2030년 831억 달러 규모로 3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로봇 바리스타가 더욱 발전하고 그 수도 많아질 것이란 건 불가피한 흐름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모습을 보인 대부분의 로봇 바리스타는 전자동 커피머신으로 내린 커피를 로봇팔이 옮기는 데에 그쳐 로봇이 직접 커피를 제조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2020년부터는 로봇이 직접 커피를 추출하는 진정한 의미의 로봇 바리스타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2020년 12월, 로봇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LG전자’의 ‘LG 클로이 바리스타봇(이하 클로이)’이 한국커피협회로부터 국내 최초로 ‘로봇 브루잉 마스터(명예 커피지도사 자격증)’를 획득한 것. 한국커피협회는 “클로이가 만드는 커피 맛이 브루잉 마스터가 만드는 수준과 동등함을 인정해 로봇 브루잉 마스터를 수여했다”라고 전했다. 클로이가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을 살펴보자면 먼저 필터가 장착된 드리퍼를 드립스테이션에 거치한 뒤 팔을 그라인더로 옮겨 컵에 분쇄 원두를 받아 드리퍼에 담는다. 그리곤 주전자를 쥐어 물을 받은 다음 일정한 움직임과 물줄기로 커피를 추출한다. 끝으로 커피가 담긴 컵을 옮기고 드리퍼를 비우는 일까지 놓치지 않는다. 정해진 레시피를 정교하게 따르는 모습을 보면 커피 맛이 브루잉 마스터가 만드는 수준과 동등하다는 말이 결코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가장 최근 대중에 공개된 브루잉 로봇은 올해 서울커피엑스포에서 공개된 ‘어노테이션에이아이’의 AI 바리스타 로봇 ‘바이리’다. 최신형 제품인 만큼 진일보한 기능을 탑재해 눈길을 끌었다. 지금까지 나온 브루잉 로봇과 가장 차별되는 점은 ‘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로봇팔에 달린 카페라를 통해 드리퍼에 담긴 커피베드의 외곽선을 파악해 최적의 물 붓기 경로를 탐색한다. 또, 다른 브루잉 로봇들이 대개 주전자로 물을 붓는 것과 달리 내장된 노즐을 통해 물을 직접 흘려보내는 것으로 동선을 줄이고 온도 안정성까지 꾀했다. LG전자의 클로이처럼 드리퍼를 거치하고 분쇄 원두를 담는 것부터 추출 종료 후 커피찌꺼기를 버리는 과정까지 자동화됐지만 여전히 드리퍼를 세척하고 필터를 장착하는 일은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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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 못할 브루잉 로봇의 잠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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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직접 커피를 추출하는 건 아니지만 완전한 자동화를 이룩한 무인로봇카페와 달리 브루잉 머신이 사람의 손에서 완전히 독립하는 건 아직까진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필터를 넣고 드리퍼를 세척하는 사소한 도움만 필요하다 하더라도 한 명의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어차피 사람의 손이 닿아야 한다면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추출 시간이 빠르고 공간을 덜 차지하는 전자동 브루잉 머신이 현재로선 가격 경쟁력 면으로 보나 상업성으로 보나 우위에 있다. 아메리카노가 주류인 우리나라 커피시장에서 전체 추출 시간이 그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는 점도 브루잉 로봇이 대중화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바이리가 커피 한 잔을 추출하고 내놓는 데 걸린 시간은 약 6분. 커피 한 잔이 나오는 데 1~2분이면 충분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소비자들이 과연 저만한 시간을 매번 기다릴 수 있을까. 브루잉 로봇의 전망이 꼭 어두운 것은 아니다. 보완이 필요한 기술이야 앞으로 발전의 여지가 충분하며, 무엇보다 로봇은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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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바리스타의 경쟁력에 의심을 표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은 바리스타라면 주변 환경과 원두 컨디션에 따라 시시각각 추출 변수를 조정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는 사람이 힘이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출력하는 영역은 인공지능이 사람을 월등히 뛰어넘은 지 오래다. 현재 브루잉 로봇은 사람이 입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만, 미래에 원두의 상태와 주변 환경에 따른 변수 조절을 학습하게 되면 로봇이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최적의 레시피를 찾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브루잉 로봇을 포함한 로봇 바리스타가 전문 바리스타 인력을 대체한다는 건 당장으로선 먼 미래의 이야기다. 그러나 언젠간 로봇이 사람보다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게 될 거라는 여지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로써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건 바리스타의 전문성이다. 로봇이 온전히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기 전까진 정확한 데이터를 다루고 이를 입력하는 건 사람의 몫이다. 현재는 물론 먼 훗날을 위해선 커피 추출 기술을 정교하게 다듬은 것뿐만 아니라 커피 지식을 쌓는 일 또한 종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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