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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품질 평가

커피스터디

차의 품질 평가
바람에 봄 내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남쪽에는 홍매화 소식이 들려오고, 석곡에는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했으니 봄차를 맞이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겨울의 끝자락이었던 2월, 지난 호에서는 차의 사계절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싱그러운 차의 계절, 봄을 기약하며 차의 품질을 평가하는 방법과 심평배 사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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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품질은 어떻게 평가할까?
 

차의 품질을 평가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분석평가와 관능평가다. 분석평가는 이화학적인 감정법으로 HPCL,GCMS, NIR과 같은 정밀분석기기를 활용해 색과 굴절률, 물성, 당류, 염도, 산도, 쓴맛의 정도, 향기 성분 등을 분석한다. 반면, 관능평가는 훈련받은 전문 요원의 시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차의 품질을 판단한다. 이들은 일정한 기준 아래 차의 외형, 색, 향, 맛 등을 감각적으로 평가한다. 분석평가는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품질 및 식품 안전성을 검사하기 위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단, 관련 연구기관에 분석의뢰를 맡길 수 있으나 비용이 높은 편이다. 이에 비해 관능평가는 시간과 비용이 적게 투입된다. 흔히 이야기하는 ‘티 테이스팅’이 이에 해당한다. 이번 글에서는 관능평가에 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관능평가 방법은 모든 차에 ‘동일’할까? 

관능평가는 국가별, 지역별, 기관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나라와 지역마다 생산하는 차가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중국의 중앙표준관검사법, 복건성 지방관능검사법, 대만의 비새 품평 등이 있다. 중앙표준과능검사법, 비새 품평 시에는 ‘품평배’를, 복건성 지방관능검사법은 심사용 ‘개완배’를 이용한다. 그 외 인도, 스리랑카 등지에서는 티 품평가가 제품 품질 체크를 위해 디펙트 찾는 작업을 중심으로 티 테이스팅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어떤 환경에서 진행해야 할까? 

관능평가를 할 때는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를 최대한 통제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로 빛이 반사되지 않는 흰색 벽으로 둘러쌓인 실내에서 진한 검은색 건평대 위에 차를 놓고 평가를 진행한다. 남향에서 창문 면적의 35% 이상 빛이 비쳐 실내 밝기가 200~400lx 정도가 되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온습도에도 큰 영향을 받는데, 실내 온도는 23℃에서 ±1℃까지 상대습도는 50%에서 ±5%의 상태를 유지하길 권장한다. 물론 공식적인 티 테이스팅이 아닌 이상 이러한 환경을 모두 갖출 필요는 없으나 잡향 유무와 온습도는 체크하는 것이 좋다.
 

품평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 

품평을 하기 위해서는 품평배, 품평완, 건차반, 엽자반, 저울, 주전자, 퇴수통, 타이머, 찻잔, 숟가락 등의 기물이 필요하다. 관능평가에서 품평배는 ‘심평배’ 혹은 ‘티 테이스팅 컵’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반 다구를 사용하면 발생할지 모를 변수를 최대한으로 통제하기 위한 것으로, 나라와 차종에 따라 용량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보이차 같은 긴압차1) 외에는 주로 150cc에서 ±4cc까지 사용한다. 품평배로 차를 우린 후에는 이보다 조금 큰 200cc의 품평완에 옮겨 담는다. 품평가들은 숟가락으로 개인잔에 차를 옮긴 후 테이스팅을 진행한다.

건차반은 마른 찻잎을 보기 위한 도구로 하얀색 혹은 나무 재질을 많이 사용한다. 그 후에는 엽저2)를 보기 위한 엽저반이 필요한데, 이는 건차반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품평배의 뚜껑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저울은 소수점 두 자릿수까지 표시되는 디지털 저울을 사용한다. 그러나 중국의 국가공인 심평자격증인 ‘심평원’에서는 양팔 저울에 추를 올려 무게를 재는 것을 선호한다. 또한 많은 차를 동시에 테이스팅할 때는 마시면 마실수록 이전에 마신 차가 다음 시음 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차를 삼키지 않고 개인 퇴수통에 뱉어내기도 한다.


품평배 사용법 

이제 품평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대만의 비새를 기준으로 한 품평배 사용법은 다음과 같다.


1 건차반에서 무작위로 채취한 3g의 건차를 관찰한다.

2 품평배에 찻잎을 넣고 끓는 물을 끝까지 붓는다.

※동방미인, 녹차는 95℃, 그 외에는 끓는 물을 기준으로 한다.

3 차의 외형에 따라 정해진 시간 동안 차를 우린다.

※길쭉한 모양의 조형 차는 5분, 동방미인은 5분 30초, 동그랗게 말려있는 반구형 차는 6분간 우린다.

4 품평완에 차를 따른 후 탕색을 관찰한다.

5 차를 우린 지 6분 경과 후 찻잎의 향기를 맡고 차탕을 테이스팅 한다.
6 엽저를 관찰한다.

품평시 고려사항 

품평을 할 때는 차종과 테이스팅 목적에 따라 그 방법과 내용을 다르게 설계하여야 한다. 비새처럼 공신력, 통일성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정해진 방법을 준수해 변수를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동일한 조건 하에 품평을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품평을 위해 시료 3g을 채취할 때 건차반을 흔들어 찻잎이 크기에 따라 모일 수 있도록 한다. 모든 크기의 잎이 시료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만은 품평차 접수 단계에서 노엽이나 줄기를 제거할 것을 권한다. 어느 부분에서 시료를 채취해도 동일한 품평을 하기 위해서다.

찻잎과 도구뿐만 아니라 평가에 쓰이는 용어 역시 정해진 규칙과 범위 내에서 사용한다. 중국에서는 이를 ‘심평 술어’라고 부르며 외형, 색, 향, 미 등 모든 평가에서 정해진 용어를 써야만 한다. 대만의 경우 비새에 입상하지 못한 차의 문제와 개선점 등을 차농에 알려주기도 하는데, 이때는 정해진 술어 외에도 차의 품질이 떨어진다고 평가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는다.

품평은 개인의 기량 향상 혹은 구매 등 테이스팅의 목적에 따라 평가의 중점이 달라질 수 있다. 차의 완성도만큼이나 기호가 중요시되기도 한다. 향의 농담(濃淡)3)이나 잡내, 고삽미4), 품종 특유의 향, 후처리 및 보관, 바디감, 애프터 테이스트 등 테이스팅에 고려되는 부분 외에도 비료에 따른 향미 차이, 활감, 층차감(層次感)5) 등 다양한 요소에서 느껴지는 바를 구체화해 비교한다. 명확한 교보재를 가지고 비교 시음을 반복하다 보면 테이스팅만으로도 품종, 산지, 해발고도, 계절, 산화 정도 등을 맞출 수 있게 된다.

차도 커피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기호’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하지만 공신력이 요구되는 품평에서는 공정성과 변수의 최소화, 차의 완성도에 따라 우열을 가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나 분명한 점은 비교 시음을 통해 차를 비교하는 연습을 하다보면 기량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는 것이다. 즉, ‘차마다 왜, 어떤 차이를 보이는가’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될 테다. 필자는 선입견 없는 블라인드 테이스팅과 비교 시음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고 소수의 신묘한 취미생활로비치는 ‘차’의 높은 장벽을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하나씩 허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월간커피DB
사진  월간커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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