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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C 챔피언의 멕시코 산지투어 -1

전문가 칼럼

MOC 챔피언의 멕시코 산지투어 -1 커피에 녹아든 그들의 문명과 삶
멕시코라 하면 뜨거운 태양 아래 챙 넓은 모자와 판초를 착용한 콧수염 아저씨가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모습. 혹은 지나던 길에 말을 묶어두고 바에서 한 잔 즐기는 카우보이와 비슷한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멕시코는 더욱 특별한 것을 가지고 있다. 마야와 아즈텍 문명부터 이어지는 깊은 역사와, 숲이 우거진 정글 속 원석 같은 커피가 바로 그것이다. 멕시코의 커피농장들만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커피 생육환경과 직접 느꼈던 커피 맛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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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커피의 환경과 노력


1900년대 초반까지 멕시코 원주민은 토지소유의 개념이 없거나, 마을의 공동부지에서 농작물을 경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부가 ‘토지제도의 근대화’란 명목으로 소유권이 애매한 토지를 몰수해 외국자본가나 대농장주에게 매각하는 정책을 추진했고, 이로 인해 농민의 대다수는 토지를 잃고 농업노동자로 전락한다. 그러나 독재정권에 항거한 혁명 이후 커피농장의 노동자가 자유를 얻고 독자적으로 커피를 재배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다사다난한 정치, 경제적 환경에 의해 멕시코 커피는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다. 훌륭한 지리, 기후적 조건을 갖췄음에도 그린빈을 가공할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것이다. 현재는 정부 주도하에 멕시코커피연합을 설립해 기술지원과 자원공급을 확대하고 유기농 경작을 시행해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18세기 말 서인도로부터 커피 재배 방법을 배웠다고 전해지며 드넓은 멕시코의 커피생산 중심지는 적도와 더 가깝고 고도와 습도가 높은 남부지역이다. 멕시코 커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4대 지역 치아파스Chiapas, 오학사카Oaxaca, 베라크루즈Veracruz, 푸에블라Puebla가 모두 남부지역에 속한다. 대부분 티피카typica와 버번bourbon을 생산하지만 점점 더 다양한 품종을 다루는 추세다. 가까이 위치한 미국의 큰 기업에서 덜 익은 체리도 내추럴 가공 후 인스턴트커피의 원료로 사용하기에, 농가에서는 수확하자마자 체리 상태에서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커피농가에선 건조할 장소와 설비의 부족으로 완전한 프로세싱을 진행하기 어렵기도 하고, 당장의 생활비가 급해 체리가 마르는 시간을 기다릴 겨를이 없는 것도 큰 요인이 아닐까? 요즘은 점차 커피유통업자들이 농민과 소통하며 맛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주고, 되도록 익은 체리만 수확해서 여러 가지 프로세싱으로 더 좋은 맛을 내려 시도하지만 쉽지 않다고 한다.

산 크리스토발의 배경

우리는 멕시코에서 가장 생산량이 높은 치아파스주 커피에 대해 알아보고자 과테말라 국경지 근처인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San Cristoval de las Casas(이하 산 크리스토발)로 이동했다. 이 도시는 고도 약 2,100m~2,160m에 위치한 고산 도시로 20만 명 정도 거주하고 있으며 좋은 날씨와 선선한 공기 덕에 일찍부터 외국인이 많이 이주해 살고 있다. 주변 산악지대를 포함한 이 일대는 원주민 비율도 높아 다양한 인구 구성이 돋보인다.
산 크리스토발에선 멕시코 정부와 기업인을 비롯한 큰 농장주들이 우원유, 천연가스, 목재 등 남부의 풍부한 자원을 착취하며 부정부패를 일삼자, 멕시코 치아파스주의 마야계원주민의 토지 분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봉기가 일어난바 있다. 실제로 반정부 투쟁단체인 사파티스타 민족 해방군(Ejercito Zapatista de Liberacion Nacional : EZLN로 통한다)이 사는 마을도 있다. 그러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처럼 이들도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한다. 더욱이 파란 하늘과 멕시코 특유의 화려한 색감,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맛있는 음식이 충만한 이 마을은 모든 것을 잊고 푹 빠져들게 한다. 이것이 멕시코가 배낭여행자의 천국으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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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커피의 맛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하기 전, 다음날 방문할 농장에서 커피 12종을 커핑했다. 흥미로웠던 것은 품종이 다양했다는 점이다. 가장 많이 생산되는 티피카와 버번은 물론, 문도노보와 카투라를 교배시켜 만든 가르니카garnica와 커먼파체comum pache까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다양한 품종을 다루고 있었다. 내추럴과 허니 프로세스도 실험 단계에 있었다. 멕시코 커피의 맛은 가히 놀라웠다. 아직은 투박하게 다뤄진 느낌이었지만 조금만 더 연구가 진행된다면 맛과 향이 얼마나 더 좋아질지 기대에 찬 희망과 우리나라에도 이 맛을 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사실 멕시코 커피를 많이 다뤄보지 못했고, 마셔봤더라도 대부분 스파이시하거나 곡물 계열의 맛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약간의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생생한 커피 과육의 맛이 전해지며 농익은 베리와 커피꽃 향이 나는 것도 있고, 대체적으로 속이 꽉 찬 단단한 맛의 밸런스가 좋았다. 농장에 방문하기 전부터 마치 멕시코 고대 유적의 지도를 발견한 것처럼 커피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르면서 본격적 여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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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오와 드라이밀

커핑을 마친 후 꼬미딴 데 도밍게스Comitan de Dominguez에 위치한 아그로삐구아리아 데 로스 알토스Agropecuaria de los Altos 파티오를 방문했다. 파티오가 위치한 곳은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더라도 선선한 온도를 유지한다. 파티오와 창고의 위치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 아닌가! 비가 오면 걷어 보관했다가 다시 널어 말린다. 건기에는 태양에 달궈진 바닥에서 말리는 게 아프리칸 베드보다 건조가 더 빠른 경우도 있다고. 이곳에서는 체리상태로 받아 말리기도 하고 파치먼트의 상태로 오면 수분을 측정해 더 적절한 상태로 말리기도 한다. 커피 마을에서 농민들이 가지고 오는 체리를 조금씩 구체적으로 구분해 작업하며, 약 보름 간격으로 수확해 건조작업을 시행한다. 같은 해, 같은 나무의 가지에서 수확한 체리도 1차보다 2, 3차 수확한 체리가 천천히 익어가며 영양분과 당도도 높아지기 때문에 수확 순서를 구분한다. 또한 한 마을에서 오는 같은 품종도 따로 구분해 농장주 이름까지 정리해 점점 더 역추적이 가능해지고 있다. 재미있었던 건 농장에서 자기 것을 표시하기 위해 일부러 쪼갠 옥수수를 체리 자루에 한두 개 가량 넣어 보내는 것이었다.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그들다운 방법이다.
곧 파티오와 가까운 곳의 우니온 데 에히도스 데 라 셀바Uniion de ejidos de la Selva 드라이 밀로 이동했다. 귀한 드라이 밀이 파티오와 가까이 있다는 건 아주 좋은 장점이다. 이동 거리에 따라 운송비용이 드는 것은 어느 나라나 같겠지만, 우리나라의 18배 정도 크기인 멕시코에선 이동 거리가 짧은 게 또 하나의 경쟁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이 밀은 높은 천장 덕에 통풍이 잘 돼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다. 현재는 한창 수확기라 들어온 물량이 적은 편이었으나 운이 좋게도 그린빈으로 가공하고 분류하는 공정이 이뤄지고 있어 전체 과정을 볼 수 있었고 그 규모도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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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마스터오브커핑 챔피언

 조은지
사진  조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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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리스타미니

    챔피언이 적어주는 글이라 그런지 퀄리티도 더 좋은 느낌???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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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lgustjrzld

    아직 멕시코 커피를 파는 카페는 보지 못해서 멕시코 커피 맛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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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와카페

    멕시코에서 커피가 잘 자란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ㅎ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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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feCaffee

    산지에 대한 내용이 잘 정리됐네요. 커피 아직 열심히 공부중이지만 알찬 자료 참 좋습니다~

    20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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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땅에커딩

    오오 브라질에 이은 새로운 산지 시리즈인가요. 태국 글도 재미있던데, 멕시코도 기대됩니다!

    20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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