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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스페셜티 커피 트렌드

전문가 칼럼

2023년 스페셜티 커피 트렌드 KNBC 파이널리스트가 선택한 커피들은?
코리아내셔널바리스타챔피언십(Korea National Barista Championship, KNBC)은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orld Barista Championship, WBC)에 출전할 바리스타를 가리는 대회로, KNBC에서 우승한 바리스타는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게 된다. 작년 4월 23~25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2023 KNBC에서 바리스타들이 사용한 커피들을 짚어보며 소위 ‘대회용 커피’에 대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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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무산소 발효가 주류

여섯 명의 파이널리스트가 선택한 커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여섯 명 모두 내추럴 프로세스로 가공된 커피를 선택하는 경향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또한 네 명이 무산소 발효, 한 명이 카보닉 매서레이션으로 가공된 커피를 사용했다. 전통적인 내추럴 방식으로 가공된 커피를 사용한 선수는 한 명에 불과했다. 이는 가공방식의 혁신이 이뤄진 결과로 여겨지며 다양한 관점에서의 시사점을 보인다.

내추럴은 과육의 영향이 지배적이어서 발효취가 생성될 수 있다는 위험요소를 지니지만 뚜렷하고 다채로운 향미가 발현되는 특성을 지닌 가공법이다. 산소를 차단하는 방식인 무산소 발효는 커피의 산패를 막고 외생변수를 줄이기 위한 조건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대회 챔피언인 구동환 바리스타는 시연에서 자신의 커피와 관련해 “발효 과정 중 생두의 당이 과도하게 소모되지 않도록 과발효를 통제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통제발효를 통해 완성된 클린하면서도 콤플렉스한 특성을 보여주는 커피”라고 설명한 바 있다. 김현민 바리스타는 “혐기성발효에서는 젖산과 다량의 유기산이 생성돼 산뜻하고 복합적인 산미가 만들어진다”라면서 “혐기성 환경은 향미 손실을 줄이고 긴 여운으로 이어지게끔 만들어 주는 장치”라고 소개했다. 두 바리스타 모두 무산소 발효 자체가 커피에 특별한 향미를 불어 넣는 것이 아니라 커피의 향미를 보다 투명하게 드러내고, 과발효나 산패 등을 막아 준다고 설명한 것이다. 이는 산소를 차단하는 발효법이 특별한 향미를 만들어낸다는 잘못된 정보가 보다 정확한 방향으로 수정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편 카보닉 매서레이션 커피를 선택한 신창호 바리스타는 “뚜렷한 향미 노트를 지녀 소비자들에게도 선호도가 가장 높았던 커피를 선택했다. 바리스타가 느낀 긍정적 향미가 고객에게 모두 긍정적으로 전해지는 건 아니었는데, 이 커피는 가장 반응이 좋았던 커피”라며 ‘커피의 명확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대회용 커피로 쓰기에는 내추럴이 좋다. 워시드는 깨끗하고 밸런스가 좋은 느낌이 대부분이지만, 내추럴 커피는 다채로운 특성을 지니고 있어 향미 표현의 선택지가 많고 향미가 뚜렷하게 표현돼 소위 ‘임팩트’ 있는 커피로 선보일 수 있다”라며 자신의 의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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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샤 편향에서 다양성으로

바리스타 대회에서 주로 사용되는 품종에는 단연 ‘게이샤’가 있다. 꽃향기와 과일 향 그리고 베르가모트 같은 뉘앙스로 대표되는 게이샤는 그동안 최고급 품종으로 여겨져 왔으며 대회에 출전하는 많은 바리스타가 게이샤를 선택해왔다. 하지만 이번 파이널리스트 중에서 게이샤 커피를 준비한 선수는 고성운 바리스타가 유일했고, 이 외에는 시드라 2명, 티피카 메호라도 1명, 콜롬비아 1명, 마지막으로 로부스타 계통의 셀렉션9을 택한 선수가 1명이었다. 물론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게이샤 품종의 섬세한 맛과 향보다는 단맛과 선명함을 중심으로 커피를 택한 것일 수도 있다. KBrC에서는 어떤 경향이 일어나는지 좀 더 지켜봐야겠다.

올해 챔피언이 선택한 티피카 메호라도는 에콰도르에서 탄생한 품종으로, 나무의 키가 작고 수형이 종 모양을 띤다고 전해진다. 개량된 티피카로 알려져 있으나 월드커피리서치(World Coffee Research, WCR)에 등재된 품종은 아니다. 어떻게 탄생한 품종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시드라 품종은 두 명의 바리스타에게 선택받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3위 김현민 바리스타는 콜롬비아 엘 디비소 농장의 시드라를, 4위 강승호 바리스타는 콜롬비아 캄포 에르모소 시드라를 택했다. 시드라 품종은 에콰도르에서 처음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고 티피카와 레드 버번의 교배종이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정보라 볼 수 없으며 몇 가지 탄생설이 존재한다. 하나는 ‘네슬레’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품종이라는 설이고 또 하나는 에티오피아에서 유래된 새로운 품종이란 설이다. 이 밖에도 시드라 품종의 탄생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전해진다. 현재의 시드라는 게이샤에 비해 향과 맛이 쨍하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으로 알려졌는데, 이처럼 특징이 강렬하다 보니 대회용 커피로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실제로 2022 WBC 챔피언인 앤서니 더글라스(Anthony Douglas)는 콜롬비아 엘 디비소 농장의 시드라 커피로 1위에 올랐다. 우리나라 최초의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인 전주연 바리스타 역시 콜롬비아의 라 팔마 엘투칸(La Palma & El Tucan) 농장의 시드라 품종을 사용해 세계 챔피언이 되었다.

로부스타 품종의 편견을 깨기 위해 인도 아라쿠 셀렉션9을 선택했다는 김명근 선수의 시연 또한 인상 깊었다. 그는 “로부스타 품종은 섞으면 맛이 없다는 편견이 있는데, 사실 아라비카 품종 또한 로부스타를 뿌리에 두고 있다. 로부스타는 커피시장의 미래가 될 품종이다”라고 소개했다.

재작년 챔피언인 신창호 바리스타가 선택한 콜롬비아 품종도 눈에 띄었다. 이는 콜롬비아에서 개발된 카티모르 계통의 초기 품종으로 향미적 우수성 보다는 병충해 저항성과 생산량의 증대를 목적으로 개발됐다. 현재의 카스티요와 함께 개량종의 대표주자로 여겨지고 있는 이 품종을 카보닉 매서레이션으로 가공해 보다 뚜렷한 특성을 표현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유일하게 게이샤 커피로 시연을 펼친 고성운 바리스타는 내추럴 가공된 볼리비아 게이샤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 역시도 전통적인 내추럴 방식으로 가공된 커피는 아니다. 건조 단계에서 체리가 받는 자외선의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수 건조대에서 건조시키는 ‘코코 내추럴’이라는 가공법을 거쳤다. 가공 막바지의 체리 색깔이 코코넛 껍질 같다고 해서 코코 내추럴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대회용 커피가 게이샤에 편향되는 추세를 보였으나 여기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품종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은 꽤 큰 울림을 준다. <콤파스 커피> 김재천 대표는 “게이샤 품종이 지닌 매력이 한 세대를 풍미했다면 앞으로는 다양성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 게이샤의 강세가 여전하긴 해도 케냐나 자바, 시드라 등 다양한 품종에 대한 언급이 많아지는 걸 보면 커피시장의 변화가 곧 도래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시장이 조금 더 역동적으로 나아갈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 2023 KNBC를 바탕으로 살펴본 스페셜티 커피 트렌드에 관한 보다 자세한 필자의 의견은 월간커피 2023년 6월호 ‘스페셜뷰’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백석예술대학교 송호석 교수
사진  백석예술대학교 송호석 교수, S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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